故人 이름 한글로도 써주는 부산영락공원
故人 이름 한글로도 써주는 부산영락공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0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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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락공원이 ‘유족이 원하면’ 고인(故人, 亡者)의 이름을 한글로 써주기로 하고 지난 1일부터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부산시설공단 지침에 따른 것으로, 김해시가 공원묘지에서 플라스틱 조화가 발을 못 붙이게 한 조치 못지않게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는 절실한 필요에 의한 것으로 ‘한글사랑’과는 전혀 무관하다. 절실한 필요는 시신(屍身)이 뒤바뀌는 것을 막겠다는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0월까지는 고인의 성이 갑(甲)이든 을(乙)이든 간에 오직 한자(漢字)로만 적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지방(紙榜)이든 명정(銘旌) 또는 묘비(墓碑), 위패(位牌)이든 모조리 다 그랬다. 그러다 보니 뜻밖의 일이 생겨나 유족들이 혼란에 빠지는 일도 생겨났다. 고인을 쉽게 구별할 수 없어서 시신이 뒤바뀌는 사고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산시설공단은 대학교수의 자문과 문헌 연구를 거쳐 한글로 된 ‘고인명(故人名) 표기방법’을 개선하기로 작심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를 ‘장례문화의 개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따지고 보면 장례문화의 개선 정도가 아니라 ‘장례문화의 혁신’ 수준에 다다른 셈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 장례문화의 관례에 따라 관 위의 명정은 대부분 한자로 적는 바람에 본적(本籍)이 같은 고인은 똑같은 한자로 표기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외형만으론 쉽게 구별할 수 없어 시신이 바뀌는 사고마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신 바뀜 사고’는 부산영락공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 현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방에 따라서는 궁여지책으로 전자태그나 별도의 이름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인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방, 명정의 한자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바꾸려는 시도는 그동안 없었다.” 부산영락공원 관계자의 말이다.

그렇다면 부산영락공원에서는 11월 1일부터 고인의 이름을 어떤 식으로 표기하고 있을까? 부산영락공원 장사운영에 따르면, 그동안은 한자로 고인의 성(姓)만 적었으나 1일부터는 이름도 한글로 같이 적을 수가 있다. 예를 들어 고인의 성이 ‘박(朴)’이고 이름이 ‘가람’이라면 한자 ‘朴’ 아래 한글 이름 ‘가람’을 잇따라 적어넣으면 되는 것이다.

참신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글이 들어갈 여백이 생겼으니 더 가슴 설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글의 고장 울산’을 고집해서가 아니라, 쉽게 허물 수 없었던 우리네 장례문화의 혁신을 위해서라도 이런 참신한 시책을 울산에서도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울산지역 지자체들의 답변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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