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 설치게 하는‘때아닌 늦가을 모기’
밤잠 설치게 하는‘때아닌 늦가을 모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1.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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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시도 때도 없다.’ 겨울의 문턱 ‘입동’이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도 그렇다. 파리처럼 소 럼피스킨병을 무시로 옮기는 애물단지 ‘모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귓전에서 앵앵거려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모(34) 씨가 1일 연합뉴스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양말까지 뚫고 모기가 무는 바람에 물파스를 사서 들고 다닌다.” 직장인 이모(68) 씨의 하소연이다.

예년 같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이 올 가을 끝자락에서 벌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발표한 ‘권역별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 현황’에 따르면 올가을 모기 개체 수는 실제로 많이 늘었다. 지난달 1일~7일의 전국 도심·철새도래지의 모기 트랩지수는 47.1개체로 지난해 같은 기간(28.8개체)보다 63.6%나 증가했다.

5년 평균치(41.8)와 비교해도 12.7%는 늘었다. 도심에서는 같은 기간의 트랩지수가 72.5개체로 지난해의 두 배에 가깝다. ‘트랩지수(trap-指數)’란 하룻밤 모기 유인 포집기(트랩) 한 대에서 잡힌 모기 개체 수를 말한다. 왜 그럴까? 늦가을에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청은 ‘포근한 날씨’를, 공무원들은 ‘난방 여건 개선’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1일 낮 최고기온은 19~26도로 평년(15~19도)보다 4~7도 남짓 높았다. 2일에도 아침 최저기온이 9~18도, 낮 최고기온이 22~26도로 평년보다 7~8도가량 높은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변온동물인 모기는 온도가 13도 이하로 내려가면 월동을 하는데 11월에도 낮 기온이 20도를 넘으니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밤에는 바깥 기온이 떨어져 따뜻한 건물 안으로 모기들이 자꾸 들어가면서 여름보다 실내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대책은? 서울 도봉구는 최근 ‘정화조 환기구 모기망 씌우기’ 사업을 시작했다. 도봉구 관계자는 “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 데는 유충 구제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도봉구청장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친환경적 방제 방법”이라며 구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사정은 울산이라고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역 지자체들도 촘촘한 대책을 세워 실천에 옮긴다면 시민들의 불안도 덜고 소 럼피스킨병도 차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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