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전주 문화탐방 및 ‘후원의 밤’
10월의 전주 문화탐방 및 ‘후원의 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3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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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날이 되면 라디오를 비롯한 각종 방송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노래가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라는 가사 때문이다. 9월 18일부로 울산광역시로부터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인가받은 테크노섬나회는 10월을 맞아 두 가지 뜻깊은 계획을 세웠다. 하나는 12~13일의 전주 문화탐방 위크숍이고. 또 하나가 10월의 마지막 밤 ‘후원의 밤’ 행사다.

<하나> 31일 오전부터 북구 진장동에 위치한 ‘대활’ 옥상정원이 갑자기 북적이기 시작했다. 봉사동아리인 ㈔테크노섬나회(섬나=섬김과 나눔)가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회원 및 울산시민 200여명을 초대하여 사회 소외계층 돌봄 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아침 일찍 야외 행사장에 도착한 ㈔테크노섬나회 운영위원들은 120여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자리 마련과 족발, 김밥, 오뎅탕, 명태무침, 피자, 마른안주, 과일, 모둠회 및 해산물 세트, 핸드드립 커피, 허브차 등을 준비하며 손님 맞을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이날 후원의 밤 행사에는 서울에서 달려온 3.14 밴드의 재즈 연주를 비롯하여 김봉수 실용음악학원장의 색소폰 연주, 남미숙 및 이연미 선생의 시낭송, 회원 노래자랑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구성된 작은 음악회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특히, 서울에서 특별히 초청한 이미미 소프라노는 네 곡의 노래를 선사하며 참석자들을 가을밤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하였다.

<둘> 전주는 세계에서 4번째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식창의도시’다. 국가무형문화재와 함께하는 문화탐방과 함께 먹거리 탐방도 소홀할 수 없었다. 버스로 약 4시간 달린 후 점심을 하러 첫 식당에 들어갔다. 이 집의 주메뉴는 3대째 내려오는 44년 전통의 전주음식 명인 1호, 대한민국 식품명인 39호를 받은 전주비빔밥이다. 각종 나물과 직접 담가 숙성한 묵은지로 구성된 12첩 반상이 나왔다. 우선 색감이 정말 아름답다. 비빔밥뿐 아니라 반찬도 고유 식재료의 색을 살리기 위해 조리법에도 상당한 내공이 담겨있음이 느껴졌다. 나는 황포묵과 매실장아찌, 그리고 진득한 달걀찜이 좋았다. 색감과 식감이 훌륭했다.

맛난 식사 후, ㈔테크노섬나회와 ㈜온고가 공동주관하고 전라북도·전북일보·울산제일일보가 후원한 전통문화와 제조산업의 융합을 위한 <전주-울산 문화경제공동체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의 주된 목적은 동서(東西) 간 서로가 윈-윈하는 문화공동체 교류사업을 펼침으로써 전통문화의 산업화 가능성을 제고하고, 전통문화기술과 첨단제조산업의 융합으로 지역 간 상생·협력을 돈독히 하며, 경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여 지방소멸을 극복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데 있다. ㈔테크노섬나회도 울산의 문화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 앞장설 참이다.

세미나 후 한옥 고택에 짐을 풀고, 한정식 식당을 찾았다. 전주는 순서대로 음식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거의 한 상으로 나오는 것이 서울, 대전, 울산과 달랐다. 아마도 한옥마을에 위치해 있어 속도전으로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회원들이 제일 맛있게 먹은 것은 신선로였다. 그래도 한정식은 광주가 먹기 편했다는 솔직한 내 평가다. 다음날 조식은 전주 콩나물국밥과 모주로 속을 달랬다. 한옥마을에서는 전동성당, 경기전, 한지 작업장, 마지막 황손의 집 승광재를 둘러봤다. 물론 남부시장에서 피순대를 맛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 식사를 위해 찾은 음식은 45년 전통을 자랑하는 민어탕이다. 그 옛날 왕실과 양반가에서 여름 보양식으로 즐겨 찾았다는 민어탕. 울산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기에 필자가 매년 찾는 집이다. 이 집 민어탕은 국물 맛이 일품이다. 매콤하고 시원하면서 달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 맛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수십년을 단골로 꾸준히 찾아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법 같은 맛이다. 게다가 조선의 3대 명주라 일컫는 이강주로 반주까지 겸했으니. 단지 제대로 된 민어회 맛을 못 본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렇게 나의 10월은 맛나고 아름답게 흘러갔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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