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향수 깊게 느껴 볼 수 있길”
“고향의 향수 깊게 느껴 볼 수 있길”
  • 김하늘
  • 승인 2023.10.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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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만 작가, 어린시절 담은 이야기
추억 바탕 소설 ‘율리 이바구’ 펴내
순수했던 사랑·옛 추억을 담아내
박경만 작가.
박경만 작가.

 

누구에게나 되돌아가고 싶은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옛 추억을 실감 나게 표현한 소설책이 나왔다.

1950~1970년대 당시 울산시 율리 작은 마을에 살았던 박경만 작가의 어린 시절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책 <율리 이바구>.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박 작가의 추억을 바탕으로 집필한 소설책이다. 목차는 △써레 타는 날 △송아지 △나무하기 △꽁꽁 언 시골 △고무 얼음 △미경이 △대동댁 잔치 △담비 △소풍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50여년 전의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묘사해 과거의 순수했던 사랑과 옛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울산 사투리로 구수하게 풀어낸 대화체의 스토리 전개는 독자들에게 더욱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책에는 할머니, 가족을 끔찍이 아끼는 아버지, 늘 헌신하는 어머니, 형, 누나, 동생, 소, 첫사랑 미경이와 동행했던 그 시절의 추억이 가을 낙엽처럼 수북이 담겼다.

이야기는 ‘써레 타는 날’로 시작한다. 그 당시 마을은 최첨단 기술 대신 이웃 사이에 따뜻한 인연이 꽃피는 곳이었다. 산과 논, 밭이 어우러진 자연 속에서 어린 저자 ‘마이’는 동생 ‘삼이’와 무척이나 신나게 뛰놀았다.

가을 추수가 끝난 들녘에는 보리 씨를 뿌리고 마른 써레질(써레라는 농기구를 소에 매달고 논바닥에 덩어리진 흙덩이를 잘게 부수는 일)이 시작된다. 마이와 삼이는 이 써레 타는 재미에 흠뻑 빠진다.

할머니가 써레질하는 아버지를 위해 준비한 새참을 들고 밭으로 향하던 길,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형제의 이마에서는 어느새 땀이 흥건히 흐른다. 잠시 앉아 쉬기로 한 형제는 양동이를 한가운데에 놓고 눕힌 억새들을 엉덩이로 깔고 앉는다. 뜻밖에 오목하고 아늑한 공간이 생긴다. 농주(막걸리)도 마셔본다. 가벼운 주전자를 보고 농주를 마셨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시치미도 떼본다. 이러한 장면들은 너무나 친근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와닿는다.

작가의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문장을 읽고 있으면 워낭소리, 달랑거리는 양동이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박경만 작가는 책을 출간한 소감으로 “평소 내가 말을 하면 사람들이 재미있게 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쓰기를 시도해 봤는데 글쓰기가 재미있고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겼었을 수 있는 일, 기억 속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하나하나 그려가고 싶었다”는 말도 곁들인다.

이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지난해 울산제일일보에 소설 ‘미경이’가 연재되자 미경이를 책으로 내라는 권유를 연재하는 내내 받았다”고 귀띔한다.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늘그막에 시작한 글쓰기라서 문법과 문장력이 형편없었지만 의외로 큰형이라는 조력자가 있어 다행이었다. 삽화가를 가까운 울산에서 찾을 수 있던 것 또한 큰 운이었다. 수필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글들이 섞여 있어 쓴 글 중에서 한 권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을 고르고 실을 순서를 정하고, 또 책 제목을 정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는 “세월이 지나면 전설이 되기도 하는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 드릴 것이다. 고향의 향수를 깊게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만 작가는 1965년 울산시 작은 마을 율리에서 태어났다. 울산제일일보 연재소설 <미경이>로 등단한 뒤 지난해 ‘울주 이바구를 찾아서’ 전국 공모전에서 <대동댁 잔치>로 입상했다. 울산대학교를 중퇴하고 농부가 돼 농권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 울산시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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