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에 가두지 마라
숨 막힌다
생生은 장애물이 많았으니
바람처럼 날다
뿌리처럼 쉬고 싶다
Don't lock in an ossuary
suffocating
life was full of obstacles
Fly like the wind
I want to rest like a 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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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리며 흔들리는 은빛 억새의 노래가 쌀쌀함을 더하며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시월 김경화 시인의 디카시 “엄마 유언”을 감상하니 고향에 계신 아흔네 살 어머니 생각나서 눈물 찔끔 납니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처럼 그늘과 꽃과 열매와 나무를 다 주고도 자식이 돌아오면 쉴 수 있는 밑동까지 다 내어주고도 행복하다는 무한 사랑의 부모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를 살아가는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좋은 교훈만을 주는 동화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됩니다.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부모 자식과의 관계도 품앗이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경화 시인의 엄마는 “생生은 장애물이 많았으니/바람처럼?날다/뿌리처럼 쉬고?싶다”라고 하며 납골당에 가두지 말라고 합니다. 아마 수목장을 원하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희생의 삶을 살아왔을 우리 부모님의 마음이 뿌리까지 들어낸 이미지에서 간절하게 다가오며 울컥하는 느낌을 남겨줍니다.
특히, 세계로 K-문학을 알리는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디카시에 맞게 영문과 함께 써서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걸 보며 마음 뿌듯합니다.
디카시집 “디카시, 섬광의 유혹” 출간을 축하드리며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김경화 시인의 디카시 “엄마 유언”을 감상하며 추워지는 계절로 가는 길목에서 여러분도 마음 데우시길 바랍니다.
글=이시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