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파업… 환자 진료 차질 없어야
울산대병원 파업… 환자 진료 차질 없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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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병원 노조가 25일 새벽 4시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6년 만의 파업이다. 노조는 기본급 11.4% 인상, 격려금 100% 추가 인상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염려되는 것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환자들의 불편이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대부분은 간호사와 환자 이송 담당자들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불편이 큰 쪽은 외래 환자들’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사용자(병원) 측은 “조속한 합의로 차질을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는 노조가 만족할 만한 히든카드를 몇 장은 쥐고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러나 임단협 결렬 시점에 사측이 내놓은 협상안은 ‘기본급 3% 인상, 격려금 일부 인상, 일시금 100만원 지급’이었다. 더욱이 ‘인력 충원’ 얘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말라고 연막을 친 바 있다.

기본급, 격려금 문제나 인력 충원 문제는 모두 돈(재원)과도 관련이 있는 문제들이다. 특히 ‘인력 충원’ 문제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기도 해서 병원 측의 고민은 한층 더 깊을 것이다.

그러나 병원이, 그것도 대학병원이, 환자 보호의 최일선에서 소명의식을 불태우는 의료종사자들의 고뇌를 깊이 헤아리지 못한다면 ‘지나친 장삿속’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말은 경영의 주판알만 튕기지 말고 의료종사자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에도 과감히 투자할 줄 알라는 조언이다.

울산대학병원 노조의 파업은 합법적이다. 지난 16~20일에 열린 전체 조합원(1천789명) 대상 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의 77.5%가 파업에 찬성했다. 지난 23일에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내려 합법적인 파업의 길을 열어줬다.

“자체 설문 결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한다’는 조합원이 80%나 된다.” 울산대병원 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인력 충원 요구가 헛바퀴를 돌고 사기마저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그 뒷일은 안 보아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직(퇴직) 현상의 심화’다. 각종 조사·상담 자료는 간호사 이직의 가장 큰 이유로 ‘과도한 업무량’을 손꼽는다. (둘째는 ‘낮은 임금과 복지혜택’, 셋째는 ‘워라밸 및 직장 내 문화’다.)

이러한 사정은 일반 시민보다 병원 측이 더 잘 알 것이다. 안다면 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른 일이다. “신규 간호사는 입사 후 1년 이내에 퇴사하는 비율이 무려 40%나 된다”(출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도 사측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노조는 한 발짝도 양보해선 안 된다’는 훈수는 아니다. 노조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지혜를 되새기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울산대학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불편을 겪거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사측이 언급한 대로 ‘조속한 합의로 차질을 최소한으로 줄이게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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