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온 겨울을 보듬어볼까요?
미리 온 겨울을 보듬어볼까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2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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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의 계절이다. 가로수 나무들이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계절에는 가로수 사잇길을 걸어보고 싶다. 올해는 가을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나무들이 잎들을 떨군다. 무슨 일일까!

봄에는 꽃으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거리를 물들이는 나무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뭇잎을 떨구고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겨울을 연상시킨다.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연속극처럼 나무들도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려는 것일까! 잎들은 이제 절정의 시작점인데, 힌트마저 없이 끝나버린 나뭇잎들의 스토리가 궁금하기만 하다.

가로수를 걷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화려하게 물들었던 나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직 초록으로 매달려 있어야 할 잎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아이가 엄마를 향해 울음을 토하듯 나무들이 아우성치고 있는 듯하다. 울산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었다.

얼마 전 남원 테마파크 거리에서도 보았다. 가로수를 붉게 물들였던 나무들이 작년과는 다른 앙상한 가지들을 하고 있었다. 단풍을 기대하고 갔으면 무척이나 허전했을 뻔했다.

나무들은 왜 이렇게 일찍 잎들을 떨구는 것일까!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잎을 떨군다지만 온전히 한 생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는 잎들의 말을 받아 적어야만 할 것 같다.

공기가 없는 세상에서 우린 숨을 쉴 수 있을까? 초록 잎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을, 우린 알아차려야 한다. 나무들의 수상한 행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때다. 무엇이 문제인지 더 미룰 수 없는 우리들의 일로 다가온 듯하다. 대책을 세워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구에서 살아내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나무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유칼립투스 나뭇잎은 코알라의 밥이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사귀만 먹는 단식성 동물이다. 숲에서 살며 나무에 매달려 나뭇잎만 뜯어먹다가 다 먹으면 다른 나무로 이동해서 생활한다고 한다. 호주에는 기상이변으로 유칼립투스 잎들이 말라가서 코알라의 먹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먹거리를 잃어버린 곳에서는 모든 생명이 자유롭지 못하다.

작은 변화에 대해 생각한다. 작은 조짐은 큰 변화를 몰고 온다. 구멍 하나가 거대한 산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3년의 코로나가 지나간 듯한데 뒤늦게 나무들은 코로나를 앓고 있는 것일까! 가지마다 하얀 세균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잎들은 검은 점을 보이며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공기를 맑게 해주는 나무들의 ‘한숨’을 들어보자. 나무들의 말을 듣지 못한다면 우리는 심각한 기후재앙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안 쓰는 전기코드 뽑기, 플라스틱 통 대신 리필 구입해 쓰기, 시장바구니 이용하기, 분리수거 등등은 미루어서는 안 될 일들이다. 작은 실천이 지구를 지키게 할 것이다. 어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지도 모른다. 한목소리로 함께 나아가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공원을 걷는다. 나신들만 서 있는 나무들을 본다. 웃옷을 벗어 나무들을 감싸주고 싶다. 가로수를 걸으니 김홍신의 <겪어 보면 안다>란 글이 떠오른다.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 걸/ 지나 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것이 행복인 걸/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

김뱅상 시인, 현대중공업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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