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향한 관심과 사랑
이웃을 향한 관심과 사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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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10시 55분께 어머니와 어린 두 아들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울산 남부경찰서가 전했다. 경찰은 앞서 40대 여성 A씨의 큰아들 B군의 학교 선생님이 학생이 등교하지 않은 데다 부모도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관과 함께 잠겨 있는 A씨의 집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경찰은 A씨와 그녀의 아들 B군과 C군이 끝내 한 방에서 같이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고, 방에서는 번개탄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혼한 뒤 혼자서 두 아들과 함께 생활해 온 A씨의 집 안에서 번개탄이 발견됐다는 것은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 너무나 안타깝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고 하는데도 생활고로 어린 자녀들과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가끔 발생한다.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살폈더라면 예방할 수도 있었을 텐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등교를 안 하거나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해 보면 일은 이미 벌어져 있고 사후 수습만 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40대 여성 A씨도 두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최선을 다했지만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부부가 힘을 합해도 아들 둘 키우기가 버거운데 혼자서 돈을 벌어야 하고 두 아들 양육도 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친척이나 친구 지인들에게 ‘힘들다’ ‘어렵다’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는데 심각하게 듣지 않았을 수도 있고 지인들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참고 견디다 보면 살길이 열리고 어린 자녀들이 성장하여 훌륭한 사회인이 될 수 있는데 그 고비를 못 넘기고 삶을 포기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불행한 일이 우리가 사는 울산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람이 살다 보면 이혼할 수도 있고, 실직당할 수도 있고, 사업에 실패할 수도 있고, 몸이 병들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살아만 있으면 기회가 생길 수 있으니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살아야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반자살을 하는 것은 살인행위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억울해서도 살아야 한다. 제발 살아 있으면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살아주기 바란다.

“내가 네 곁으로 지나갈 때에 네가 피투성이가 되어 발짓하는 것을 보고 네게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에스겔 16장 6절)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어려우면 혼자 고민하다 극단적 상황에 이르기 전에 용기를 내서 주민센터나 가까운 교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힘들다’ ‘어렵다’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면 그냥 하는 말로 흘려듣지 말고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대화하면서 도울 방법을 찾아보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겉모습은 높은 빌딩 숲속으로 고급승용차들이 달리고 백화점 할인마트에 가득가득 쌓여 있는 상품들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풍족한 것 같고 모두가 행복한 것 같아도 마음도 물질도 가난하고 힘들어 죽고 싶은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빌립보서 2장 4절)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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