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과의 싸움
매너리즘과의 싸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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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매너리즘. 학급당 시수가 적은 교과에서는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필자는 도덕 교사다. 중학교에서 도덕은 대체로 학급당 일주일에 2시간 정도 들어간다. 주당 2시간 수업하는 경우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10개 내외의 학급을 담당해야 한다. 이렇게 수업을 하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수업 내용이 금방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수업을 10번 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연히 금방 숙달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프로젝트나 새로운 방법을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헷갈리는 부분이 뭔지 알고 다음 반에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교재 연구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일주일에 3시간 수업을 하는 경우와 1시간 수업을 하는 경우 확실히 많은 차이가 있었다.

문제는 저 장점들이 모두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개 반에서 수업을 하면 비슷한 수업을 10번을 해야 한다. 처음 몇 번이야 수업 적응도 하고 어색한 부분도 고치지만 대여섯 번이 지나면 슬슬 신호가 와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물론 작년과 다른 방법을 적용해보거나 아이들의 삶과 좀 더 밀접한 예시들을 찾아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앞반과 뒷반을 아예 다른 방식으로 수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똑같은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그 고통은 더욱 심해진다.

필자가 철학적탐구공동체로 수업을 진행하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반복되는 무료함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제시된 텍스트를 읽고 질문을 만들고 함께 토론할만한 주제를 제시한다. 모둠 토론을 통해 선정된 주제 중에서 아이들과의 논의를 통해 전체 탐구 질문을 선정한다. 그래서 탐구 내용이 중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응하는 것 같다. 철학적탐구공동체 수업도 오래 하다 보니 그 수업 형식에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필자는 익숙해지는 것과 능숙해지는 것, 무료해지는 것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계산해보니 교사는 일 년에 수업을 6천~7천번 정도 하게 된다. 이 정도면 수업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다. 문제는 익숙해지면서 수업이 습관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익숙해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업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것들을 적용하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활동이 지금 내가 하는 수업을 더 능숙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지금 생각하기에는 교사도 계속 배우고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 참 어렵다. 앞서 이 길을 걸었던 선생님들은 어떻게 헤쳐나가셨을지 무척 궁금하다.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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