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정치 현수막 뒤의 깨끗함
사라진 정치 현수막 뒤의 깨끗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1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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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출근길이 시원해졌다. 물론 날씨가 시원해진 것도 있지만 그동안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고약한(?) 현수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태화강역에서 삼산로를 따라 현대해상 사거리를 지나 시청 앞을 뒤덮고 있는 현수막들은 참으로 도시미관은 물론이고 질이 낮은 문구들이 청소년들에게 부끄러웠던 게 사실이다.

기성 정치인들이 하는 꼬락서니가 저 정도에 불과하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뭘 배우며 누굴 믿고 성장해 나갈지 의문스러웠다.

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며 가장 준수해야 할 입법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법을 법이라고 정해 놓고 무질서를 부채질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그래도 아직 법을 개정하지 않고 미적거리며 네 탓 공방만 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입법기관인 국회가 참으로 한심하다.

정당 현수막 난립의 문제점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물론이거니와 국회의원 보좌진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텐데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이유는 뭘까.

이 법 개정한다고 국회의원이나 정당에 도움이 안 되고 뒷돈(?) 바치는 이익단체도 없어서 그냥 세월만 보내려고 하는 것인가. 스스로 답해 주길 바란다.

22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각 정당에서는 사활을 걸듯이 현수막을 내걸고 추석 명절에는 무슨 정책연구소는 그리 많은지 추석인사 현수막인지 선거 홍보 현수막인지 알 수 없는 정치 지망생들의 홍보 현수막까지 그야말로 현수막 홍수를 이뤘다.

특히 여야가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현수막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정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문구들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했다.

정당 정책 홍보 대신 자극적이고 비방 일색인 표현의 현수막은 오히려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사람이 지나가는 길목이면 어디에나 마구잡이로 걸려 있는 정치 현수막은 엄청난 양이 만들어져 게시됐고, 이로 인한 환경오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당 현수막을 정비하고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따라서 국회가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기 위한 법령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랍시고 상대 정당과의 정쟁만 일삼지 말고 진정한 민생법안이 뭔지를 자각하고 하루빨리 법 개정에 나서주길 촉구한다.

각설하고 최근 울산시가 인천시에 이어 두 번째로 옥외광고물 관리 조례 시행에 들어갔다. 울산시는 행안부의 상위법 저촉이라는 부담을 안고 지역에 난립한 정당 현수막을 정비키로 하고 지난 16일부터 철거를 단행했다.

시는 지난달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고 3주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갔다. 이러한 울산시의 의지에 시민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상위법의 개정에 앞서 조례를 시행한다는 것은 모순이 있지만 정당 활동을 보장하고 깨끗한 도시미관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면 물러설 이유도 없다.

시민들은 한결같이 반기는 분위기다. 이는 정치 성향과는 무관하다. 보수든 진보든 누구나 쾌적한 정주 여건이 우선이라는 공통된 의식이 있는 것이다.

시민의 의지를 무시하고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결코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오늘도 울산시청 앞을 지나면서 깨끗하게 정비된 시청 앞 도로와 가을맞이가 한창인 시청 광장을 보면서 오랜만에 깊어져 가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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