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 / 이용철
디딤돌 / 이용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1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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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 있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옹이 있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마디 없이 점점 커질 수 없고

옹이 없이 단단한 사람 있을까요

마디와 옹이를 디딤돌 삼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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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철 작가의 <디딤돌> 디카시를 보면서, 마디와 옹이에 대하여 생각한다.

인간에게 마디와 옹이는 상처라고 대변할 수 있다.

대나무는 생장 속도가 다른 식물에 비해 빠르다고 한다.

하지만 빠른 생장 속도 속에서도 한 박자를 늦추어 마디를 만든다.

햇볕을 더 받기 위해 높이만 키우다 자칫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도 자라면서 옹이를 만들어 더 단단하게 상처를 메꾸어 성장한다.

온실 속의 꽃은 예쁘지만, 환경이 바뀌면 금방 시들어 버린다.

하지만 들꽃은 강한 비바람을 맞으며, 때로는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도 자기만의 색깔과 향기를 잃지 않는다.

들꽃은 온실 속의 꽃처럼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나비와 벌을 불러 모으고 때가 되면 떠날 줄 안다.

상처 없이 보살핌만 받고 자라서는 그 사람에게 시련이 닥친다면 견디지 못할 것이다.

이용철 작가는 ‘마디 없이 점점 커질 수 없고 / 옹이 없이 단단한 사람 있을까요’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그리고 마디와 옹이를 디딤돌로 삼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얘기한다.

살면서 상처를 받아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소위 말하는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다.

손택수 시인은 <대나무>라는 시에서 마디에 대하여 ‘만약 생장점이 다하였다면 거기에 마디가 있을 것이다 / 마디는 최종점이자 시작점, / 공중을 차지하기 위해 그는 / 마디와 마디 사이를 비워놓는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기 위해 살아간다. 하지만 성장만을 지속하며 마디를 만들지 않는다면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만족하지 못한 오늘이지만 내일의 성장을 위해 오늘의 상처를 내일의 디딤돌로 만드는 사람 냄새나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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