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의 드라마에세이] 드라마 ‘만달로리안’ 아기 요다, 스타워즈 그리고..
[이상길의 드라마에세이] 드라마 ‘만달로리안’ 아기 요다, 스타워즈 그리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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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만달로리안’ 한 장면.

나 같은 <스타워즈>시리즈 올드팬들에게 제다이 그랜드 마스터인 ‘요다’는 대단히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1980년작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5:제국의 역습>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가 모든 제다이(광선검을 사용하는 우주 기사단)들의 스승이라는 설정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1미터도 안 되는 체구의 작은 요다가 과연 광선검이나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까 다들 의구심이 들었던 것. 하지만 그 궁금증은 2002년 7월에 개봉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2:클론의 역습>에서 비로소 풀리게 된다.

당시 예고편을 통해 요다가 드디어 광선검을 들고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지만 하필 그때가 한일월드컵이 막 끝난 시점이라 경황이 없어 극장 관람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개봉하고 몇 달 뒤 DVD로 출시된 후에야 부랴부랴 보게 됐는데 당시 내 자취방의 작은 구닥다리 TV화면으로는 감히 요다 스승을 영접하기가 싫더라. 해서 나름 영화관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큰 화면을 찾아 역시나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고등학교 친구 자취방을 찾게 됐다. 그 친구 자취방에는 당시만해도 꽤 귀했던 거대한 화면의 프로젝션TV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정작 그 친구는 <스타워즈>시리즈에는 별 관심이 없어 잠시 같이 보다 이내 잠이 들어버렸고, 난 홀로 요다의 광선검 활극 액션을 지켜봤었다. 한 마디로 전율이었다. 그리고 3년 뒤인 2005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3:시스의 복수>에선 다스 시디어스(이언 맥디어미드)와 맞대결을 벌이는 요다(프랭크 오즈)의 활극 액션을 거대한 스크린으로 보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이런 요다가 아기 버전으로 나오는 미드(미국드라마)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건, 지난 추석 연휴 때였다. 오랜만에 보게 된 친구가 추천한 <만달로리안>시리즈가 그것이다. 재밌는 건 추천을 한 친구가 바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2:클론의 역습> DVD를 큰 화면으로 보기 위해 찾았던 그 친구였다는 것. 그때는 역사적인 요다의 첫 활극 액션에도 코를 골면서 자더니 지금은 나보다 더한 <스타워즈>시리즈 팬이 돼 있더라. 인생 참. 아니, 변화무상한 우주의 신비함이란. 순간, 그 시절 메이저리그에 미쳐있던 그 친구가 <스타워즈>시리즈 마니아가 되기까지의 그 과정이 궁금해지기까지 하더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근자에 와서 마블유니버스(마블세계관)니 DC유니버스(DC세계관)니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스타워즈> 시리즈는 세계관을 넘어 미국이란 나라의 ‘역사’ 그 자체다. 세계 최강대국이지만 고작 200여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미국에선 서부시대의 프런티어(개척) 정신과 결합해 <스타워즈> 시리즈를 자신들의 역사로 인식하고 있는 것. 이런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요다는 사실상 미국인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다이 그랜드 마스터로 모든 제다이들의 영원한 스승으로 추앙받았고, 덩치는 작지만 강력한 포스를 지닌 탓에 미소 냉전 시대에는 소련보다 덩치는 작지만 강력한 미국 그 자체로 인식됐다. 그런 만큼 2019년 처음 공개된 <만달로리안> 시즌1 1회 마지막 부분에서 난데없이 아기 요다가 등장하자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헌데 그럴만 하더라. <만달로리안>시리즈 시즌1,2,3과 함께 시즌2.5인 <북 오브 보바펫>시리즈까지 단숨에 몰아 보면서 아기 요다(그로구)가 등장할 때마다 그 치명적인 귀여움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미치겠다, 진짜”, “환장하긋다, 진짜”라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더라. 한 오십 번은 내뱉은 것 같다. 거기다 시즌2 마지막 편에서 ‘그’가 등장할 땐 눈물까지 쏟을 뻔 했다. ‘그’가 누군진 직접 확인하시길. 참, <만달로리안>과 <북 오브 보바펫>시리즈는 시기적으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6:제다이의 귀환>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7:깨어난 포스> 사이에 일어난 이야기로 만달로리안(만달로어 행성인)으로 현상금 사냥꾼인 주인공 만도(페드로 파스칼)가 그로구(아기 요다)를 만나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때 두 친구로부터 두 편의 드라마를 추천받았다. 바로 <연인>과 <만달로리안>이 그것. 영화보다 드라마가 좋은 점은 행복의 길이가 좀 더 길다는 게 아닐까. 정말이지 두 편 다 보내 내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소싯적엔 죽고 못 살았던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면서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달아가는 과정이 아닐는지.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이는 결국 나 자신이니까. 이제야 알 것 같다. 평소 외로움을 많이 타 친구를 늘 찾았던 그 친구였기에 점점 멀어져 가는 친구들 속에서 혼자 <스타워즈>시리즈까지 당도하게 됐던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라도 잘 버텨냈던 거다.

제다이 기사들에게 주문과도 같은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당신과 함께 하길)”가 있다면 만달로리안들에게는 “This is the way(이것이 길이다)”가 있다. 제국군의 공격으로 고향 행성을 잃고 뿔뿔히 흩어져 떠돌이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그 주문은 상실의 아픔을 달래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선택이나 상황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함께 세파에 찌들면서 그 시절 날 것 그대로의 우정도 이젠 많이 시들어 버렸지만 어차피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는 그 당연함 속에서 다들 건승을 빌며 내 오랜 친구들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This is the way” 2023년 3월 8일 디즈니+ 시즌3 공개. 총 24부작.

이상길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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