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 사람이 가장 중요한 환경이다
-288- 사람이 가장 중요한 환경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1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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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자 주변에는 성공자가 있고, 실패자 주변에는 실패자가 있다. 끼리끼리 모인다. 환경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우연한 기회에 기소유예 청소년 상담 봉사를 하고 있다. 작은 힘이라도 나로 인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혹은 작은 용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램에서 시작된 봉사였다. 청소년 시절, 소심한 성격 탓에 대놓고 반항은 못 하고 속을 끓이며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반항심에 공부는 하기 싫고 혼자 방에 틀어박혀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어 내려가며 삶에 대해 내린 결론은, 엉뚱하게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였다. 잘 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내려놓지 못함은 타고난 기질 탓이었을까? 혹은 환경 탓이었을까? 물론 지금도 잘 사는 삶이 어떤 삶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

상담과정 중 한 아이가 물어온다. “샘은 왜 봉사를 해요? 우리가 기소유예 대상인데 무섭지 않아요?” 어떤 아이는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신기하다.”면서 “나도 어른이 되면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또 “친구를 잘 선택하고 끊어내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는 당찬 학생도 있었다. 그들도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순간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두려워하면서 뒤늦은 후회를 한다. 그럼에도 반복적인 실수를 하는 이유를 찾아가 보면, 주변 환경 즉 또래 집단에서 기인한다. 친구들로부터 무시당하기 싫고, 강해 보이고 싶은 욕구에 순간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한다.

그들의 마음 근육이 탄탄하고 힘이 있었더라면, 좀 더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은 다르다. 공부도 재능이다. 꾸준함과 반복된 학습으로 목표를 성취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여 쾌감을 느끼는 것, 그 또한 선택이고 재능이다. 누군가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관계의 재능이다. 타고난 사회성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대중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찾아낸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건 ‘정확한 방향성’이다. 방황하는 이들에게 삶의 목적이나 이유를 함께 고민하고 찾아갈 수 있는 참 어른이 곁에 있다면, 내 삶의 멘토가 가까이 있다면, 방황의 길은 길지 않을 것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시절, 아이들의 소꿉놀이를 통해 부모의 역할과 가정의 모습을 보았다. 청소년들과의 상담을 통해, 그들의 삶에 대한 시선을 통해, 그들이 성장해온 환경을 엿본다. 결단코 문제 아이는 없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좋은 생각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생각의 씨앗을 뿌려주어야 한다. 앞서 살았다는 이유로, 반드시 그 선택과 사고가 더 옳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좀 더 겸손히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누군가가 나의 환경이고 나 또한 누군가의 환경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환경이다. 우리는 좋은 환경이 되어 주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나쁜 일도 좋은 일도 무심결에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세상을 살아가며,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좋은 사람과 더불어 좋은 환경에서 좋은 생각을 나누는 하루를 소망한다.

이경아 울산정주간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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