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철저하게 선비여야 한다
교수는 철저하게 선비여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2.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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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0 여 년 전의 서부 영화에는 떠돌이 목동과 목장 주인이 주급(週給)을 놓고 흥정하는 장면들이 가끔 나왔다.

이때 목동은 20달러를 달라고 하고 주인은 10달러를 준다고 하면서 말이 왔다 갔다 하다가 15달러를 안주면 그만두겠다고 목동이 결론을 내리자 주인은 어쩔 수없이 그 값으로 계약을 하고 만다. 그러고서 목동은 열심히 목장 일을 하다가 외부 침입자, 목장에 소도둑이 들어왔을 때 목숨을 바치어 목장을 지킨다. 고용계약에 없는 목동의 자기 할 일에 대한 ‘철저함’이 나타나는 장면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가 6·25 전쟁에 시달리고 일자리가 없어 온 국민이 방황하고 있을 때 어쩌다 신문에 구인광고가 나오면 벌떼처럼 사람들이 모여들고 하나 같이 “그저 앉을 의자 하나만 주십시오. 월급은 알아서 주십시오”하였다.

그러고서 취직이 되어 출근하면 다방부터 찾아가서 커피 한잔으로 한 시간을 보내고 점심시간으로 두 시간 보내고 퇴근 시간에는 한 잔 걸칠 자리를 궁리하다가 월급날 ‘경력 사원’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느냐고 사장한테 대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4월의 총선을 앞두고 폴리페서(정치에 관심이 많은 교수)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이 대학의 교수자리에 응모하면서 면접할 때 대부분은 “채용만 해주십시오. 열심히 연구하고 학생들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라고 꾸뻑꾸뻑 절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고서 교수로 일단 채용이 되면 바로 정치에 관심을 쏟아 줄 댈 만한 곳에 세 다리라도 걸쳐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하겠다고 덤벼든다.

지금 인수위원회의 위원 중에도 미국에서 박사 학위 받고 국내의 대학에 응모할 때에는 ‘채용만 해주십시오’ 했던 사람이 지난 20년 동안 변변한 논문 한편 없이 정치꾼 뒤쫓기만 하다가 한 자리 잡고 앉아있는 모습이 TV에 보인다. 이런 교수를 연구 실적이 없다고 면직시키려고 하면 이상한 단체가 들고 일어나고 총장들은 무슨 말썽이라도 생기면 자기 신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봐 쉬쉬 하면서 대충 넘어간다. 더구나 이런 사실이 사립대학의 경우 이사장에게 보고되지도 않는다. 인(人)의 장막(帳幕)으로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지방 신문이 전국에서 벌어지는 교수들의 행태를 문제 삼는 이유는 ‘교수(敎授)’라는 직분이 이 시대에 선비 중의 선비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수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할 동안에는 전공분야의 사회적 봉사활동을 제외하고는 지방의 선거, 정치활동, 방송 활동, 언론 활동 등에 본업 이상으로 참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기 직분에 철저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정치에 관심이 많으면 교수직을 사직해야 한다. 가르치는 일에 소홀하지 않기 위해서 즉, 철저하게 가르치기 위해서 그렇다. 그가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어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한자리는 양보해야 진정한 애국자이다.

더구나 약아 빠진 꾀로 휴직하는 것은 동료 정치인들과 교수들을 우롱하는 짓이다. 교수는 철저하게 선비이어야 하고 우리의 전통에 선비는 다음과 같았다. 울산의 교수들도 음미해볼 글이다.

‘조선왕조의 중심에 선비라는 지성인 계층이 있었다. 그들은 시대를 꿰뚫어보는 예지의 소유자였으며 부정과 비리를 용납하지 않는 비판 세력이었다. -어쩌다 벼슬길에 나가면 서슬 퍼런 청백리였다. 그러나 그들의 진면목은- 벼슬자리보다 초야에 묻혀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고 경세제민의 방안을 강구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의 인격도야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궁리하느라 가슴을 태웠다.’(정범모, 학문의 조건, p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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