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문화거리’에 사는 동물
‘김유신 문화거리’에 사는 동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1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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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은월사(隱月祠)를 찾았다. 이곳은 가야국의 마지막 왕 양왕(讓王)의 후예인 신라 김유신 장군의 할아버지 대각간무력공(大角干武力公)과 아버지 대도독서현공(大都督舒玄公)을 모신 사당이다. 울산시는 지난달 31일 은월사의 제단 2점과 제단비 1점 등 석조물 3점을 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문화재 1호로 지정했다.

시 등록문화재는 각 지역 단위 지정문화재나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근·현대 문화유산 중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문화재로,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유형문화재·기념물·민속문화재 중 보존과 활용이 필요한 경우 조례에 따라 지정한다.

은월사를 찾은 것은 시 등록문화재 지정 소식을 전해 듣고 ‘가락 종친회’의 일원으로서 기쁨을 함께 나누려는 뜻에서였다. 그날 제단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뜻밖에도 ‘오디새’ 한 마리가 너울 비행으로 날아 잔디 뜨락에 평화롭게 내려앉았다.

후루룩 삐죽 새가 먹이도 없는 나무에 잠시 앉았다가 큰소리를 내며 날자, 오디새는 경계라도 하는 듯 머리 깃을 잠시 세웠다. 우리 일행이 가까이에 있는데도 오디새는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 깃을 한껏 세운 채 잔디 뜰에서 이리저리 먹이를 찾아다녔다.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인 상서조(祥瑞鳥)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디새’는 새끼를 기를 때 뽕나무 열매인 까만 오디를 물어다 먹인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대승(戴勝), 대임(戴?), 후투티, 쏵새, 궁궁새란 이름도 있다. ‘대승’은 머리의 장식 깃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것이 마치 인디언 추장의 모자를 연상시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임’의 임(?)은 오디새를 뜻한다. ‘후투티’는 울 때 ‘훗~ 훗~’하는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쏵새’는 날아갈 때 ‘쏵~ 쏵~’ 소리를 낸다고 해서, ‘궁궁새’는 나뭇가지에 앉아 짝을 부를 때 ‘궁궁~ 궁궁~’하는 소리를 낸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오디새는 머리의 장식 깃이 아름다워 ‘우관조(羽冠鳥)’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은월사에는 오디새뿐만 아니라 학과 거북, 용도 함께 살고 있다. 학은 두 마리 쌍학(雙鶴)이고, 용도 두 마리 쌍룡(雙龍)이지만 거북은 한 마리만 있다. 이들 동물은 상서로운 서수(瑞獸)이며,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동물인 벽사수(?邪獸)로 상징된다. 이들 동물은 모두 ‘김대각간김대도독이공제단비(金大角干金大都督二公祭壇碑)’라는 제단비에 같이 새겨져 있다. 쌍학은 제단비의 이수(?首) 뒷면에, 쌍용은 앞면에 새겨져 있고, 거북은 귀부(龜趺)를 이루고 있다.

2017년에 조성된 ‘김유신 문화거리’는 은월사 때문에 생겨났다. 당시 남구 팔등로 일원의 소상인들이 뜻을 모아 조성했다고 전한다. 은월사를 활용한 관광객 유치와 골목상권 활성화를 겨냥한 도시재생사업의 하나였을 것이다. 은월사의 시 등록문화재 지정을 계기로 도시재생사업이 계속 이어져 김유신 문화거리가 한층 더 활기를 띠게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자면 상상과 혁신의 미래창조 소프트웨어가 우선되어야 한다. 간판을 세우고 바꾸는 등의 하드웨어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팔등로와 거마로, 은월사의 등록문화재, 김유신 문화거리의 동물은 이 지역 골목상권 활성화의 소프트파워임이 분명하다.

미처 보지도 생각하지도 못한 것,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와 환경 등이 융합된 자료와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은월사의 개방과 프로그램 개발도 미래창조의 소프트파워로 기능할 것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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