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HD중공업 호소도 경청해야
방사청, HD중공업 호소도 경청해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1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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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이하 ‘HD중공업’)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이어 재판부도 HD중공업의 호소에 귀를 닫고 있기 때문이다. 

각계의 의견과 뉴스를 간추리면, 문제의 불씨는 방위사업청이 먼저 지폈다. 지난 8월 11일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 6척 중 나머지 2척(울산급 배치Ⅲ 5·6번함)의 건조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HD중공업이 아닌 한화오션을 낙점한 것이다. 

그러자 HD중공업이 대응에 나섰다. 지난 8월 방사청을 상대로 낸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9일 이 신청을 기각했고, HD중공업은 공식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1번함(충남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했고 기술점수에서도 경쟁사를 크게 앞섰음에도 보안사고 감점으로 수주에 실패했다.” 

‘보안사고’란 HD중공업 관계자 9명이 3급 군사기밀 영상을 공유한 일을 말한다. 이번 입찰에서 HD중공업의 최종점수는 91.74 33점으로, 한화오션(91.8855)에 0,14 22점 차이로 밀렸다. ‘보안사고 감점’이 결과를 좌우한 셈이다.

HD중공업은 문제가 ‘보안사고 감점 제도’의 채택 과정에 도사리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사실 4차례에 걸친 관련 지침 변경은 한화오션의 기업결합 전후 과정과 시기적으로 밀접하게 맞물려 ‘로비 의혹’을 부채질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 문제는 국정감사장 도마에도 올랐다.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갑, 국민의힘)은 16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함정 분야 무기체계 사업의 독점화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이 결합한 한화오션의 출범을 공정거래위가 조건부로 승인해줬으나 주요 탑재 장비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면 함정 분야의 복수 방산업체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짚은 것이다.

HD중공업의 견해도 맥을 같이한다. HD중공업은 “불합리한 보안사고 감점 제도는 특정업체의 참여를 배제해 국내 함정시장이 △건조 역량 저하 △가격 상승과 혈세 낭비 △함정 수출을 위한 팀십(Team Ship) 경쟁력 약화 등의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도 이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HD중공업 직원 8명의 형이 확정되자 한 달 뒤 단서 조항을 신설해 감점 기간을 ‘형 확정 후 3년’으로 소급·확대 적용하도록 개정했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제는 방사청이 정직하게 답해야 할 차례라고 생각한다. 이 의원의 말대로 잦은 ‘보안사고 감점 제도 개정’이 특정 업체 즉 HD중공업을 배제하기 위한 고의적 노림수는 아니었는지, 똑 부러진 답변을 내놓을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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