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배려 절실할때
관심과 배려 절실할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8.1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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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남부교회 외국인근로자 사역부장 강귀일
4,5년 전부터 우리 교회에도 중국인들이 출석하기 시작했다. 주로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온 사람들이다.

어느 날 나는 이들 중 한 명이 살고 있는 남구 야음동 어느 동네에서 특이한 안내문을 보았다. 구청장 이름으로 내건 쓰레기 분리배출 안내문이었다. 그런데 내용은 중국어로 씌어 있었다. 그만큼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는 표식이었고 관할 구청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있는 중국식품 재료점과 음식점들의 중국어 간판이 또 눈에 들어왔다. 중국 노래방도 보였다. 어느새 울산에도 중국인들이 꽤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 이주근로자들은 한국에서 3년 일하고 중국에 돌아가면 2년은 앓게 된다고 공식처럼 얘기한다. 그만큼 한국 생활이 고되다는 하소연이다. 한국 사람들이 꺼리는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이른바 3D 업종에 종사하며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잔업에 휴일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면 그 말에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중국 길림성에 아내와 7살짜리 아들을 두고 왔다는 30대 후반의 어느 중국인은 180만원 남짓한 월수입 가운데 140만원 정도를 송금한다고 했다. 40만원으로 집세와 전기세 수도세 연료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충당한다는 얘기다. ‘코리언 드림’을 품고 온 이들의 빠듯한 삶의 단면이다. 더욱이 사회보장의 울타리 밖에 있는 이들에게 간혹 닥치는 질병과 각종 재해, 임금체불은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것이다.

교회에 나오는 중국인 근로자들 가운데 원래부터 기독교 신자였거나 신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퍽 드물다. 한국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절실한 이들에게 그나마 교회는 기댈 만한 언덕이 되기 때문에 교회를 찾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우선 이들의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팀을 구성했다. 이들을 위한 예배실황 동시통역 체계를 갖췄고 성경공부 모임, 한국어 교실도 개설했다. 그리고 이들의 고충을 상담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교회에서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 원인을 잘 들여다보면 근로자 파송 단계에서부터 국내 취업 현장에 이르기까지의 제도적 문제점과 사회문화적 이해의 부족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불법 이민자와 소외계층으로 전락한 이주민으로 인해 사회적 고충을 겪는 외국의 사례를 우리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이미 다문화 사회 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제도적 문제의 정비도 급선무이지만 그에 앞서야 할 것은 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의 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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