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기도 / 천융희
아내의 기도 / 천융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1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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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도록 물량을 주시되

곳곳에 과로 방지턱을 허락하시어

오늘도 무사히 돌아오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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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융희 시인의 디카시 ‘아내의 기도’를 감상합니다. 아내의 기도가 나를 위한 기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며칠 전에 주문해 놓은 화장품이 일찍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마트나 시장에 가지 않더라도 원하는 상품이 있으면 얼마든지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어 굳이 나가서 무거운 것을 들고 올 필요가 없습니다. 집에 앉아서 얼마든지 손쉽게 받을 수 있는 택배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빠보다 택배 아저씨를 더 좋아한다는 말이 왜 생겨났을까요? 오늘 배송 당연하고 새벽 배송까지 심지어 해외 배송도 당일 된다고 하니 택배 사업 발전은 무한한 거 같습니다.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택배를 이용한다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저는 온라인으로 구매하다 보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쌓아두고 쓰는 게 당연한 거처럼 하다가 심지어 같은 걸 또 산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택배라는 것이 나의 소비성을 더부추겨 지갑을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습니다. 내 손에 직접 배달해 주는 택배가 절대로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됩니다.

편리한 만큼 값을 치른다는 것입니다.

사고 보자는 나의 소비를 잠깐 멈추게 하는 방지턱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천융희 시인의 디카시 아내의 기도를 감상하면서 천융희 시인께서는 무엇을 구매해 놓고 택배를 기다리는 걸까 궁금합니다. 제발 무엇을 샀던 방지턱을 잘 이용해 무사하게 완벽하게 천융희 시인의 손길에 가닿길 바랍니다.

글=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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