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책임 (下)
자율과 책임 (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1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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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문제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선택의 권한을 줘야 하는지와 연결된다. 사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생님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받게 되는 피해가 제일 고민이 된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 학교는 아이들에게 선택과 책임의 경험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자율적으로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책임이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필자가 재직하던 학교의 교실 대부분에는 다른 반 학생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반 아이들이 들어와서 시끄럽게 하거나 반을 더럽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자기반에서도 하면 안 된다. 그런 행동을 막기 위해 다른 반 출입을 금지시키는 것보다 어느 반에서도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면 어지럽힌 교실을 치우는 등 자신의 잘못에 책임지도록 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고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해서 실천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게 된다.

누군가 시켜서 아침에 학교에 오고, 시켜서 책을 펴고 내용을 외우고 이해하며, 시험에서 답을 쓰는 방식으로는 아이들에게 자율적인 삶의 자세를 형성시켜 줄 수 없다. 미래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담론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미래 사회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필자의 생각에 학교는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검토하고 결과를 예측하여 가장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성찰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신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아이들은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수련회에서는 다른 학교들처럼 일과 시간에는 휴대전화를 걷었다가 일과 후에는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주었다. 수련회를 마치고 돌이켜보니 이번에는 휴대전화를 걷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경험시켜주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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