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책임 (上)
자율과 책임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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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련회를 가게 되었다. 수련회가 다가오면서 아이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들은 숙소와 버스 자리, 휴대전화 사용이다. 결정되기 전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물어보는 통에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다. ‘너희들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속 시원하게 말해주면 좋겠지만 사실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럴 때는 대체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첫째는 아이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휴대전화도 마음대로 쓰고 친한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같은 방에서 잠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들끼리만 모이다 보면 외톨이처럼 지내게 되는 아이들이 생긴다. 2박 3일 동안 혼자서 지내는 아이를 보는 것도 신경이 쓰여서 이런저런 궁리를 하지만 아직도 지혜로운 방안을 찾지 못했다.

그저 아이들끼리 평소에 좀 잘 지내도록 이것저것 함께 하는 방법들을 시도하는 수준이다. 다행히 올해는 숙소나 버스를 아이들끼리 자율적으로 정했지만 큰 탈 없이 자리가 정해졌다.

휴대전화의 경우 몰래 아이들을 찍거나 잃어버리는 것이 문제가 된다. 필자도 올해 아이들과 사제동행 등산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학생 중 한 명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여행자 보험을 들었지만, 분실은 보험이 안 된다고 했다. 참 난감했다.

두 번째 방법은 학교에서 정해주는 것이다. 올해는 자리 배치는 학급별로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휴대전화 사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동 학년 선생님들 모두 모여서 회의를 했다. 우선 다른 학교들은 휴대전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수련회 측에 문의했다. 대부분 수련 활동 중에는 걷었다가 저녁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했다.

실제로 많은 선생님들이 여기에 동의했다. 반면 수련회까지 가서 아이들의 휴대전화를 꼭 걷어야겠냐는 선생님도 있었다.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되, 휴대전화 사용 및 관리에 관해 교육을 하자는 것이었다.

필자의 생각에 학교는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서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어야 한다. 다양하게 조직된 경험들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이 의미를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학교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진 것 같다.

당연히 아이들이 지내는 곳은 안전해야 하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활동을 조직하는 경우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로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창규 매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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