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해돋이 단상
해맞이·해돋이 단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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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는 지속하는 자연현상이다. 일상에서 특별한 관심은 없다. 다만, 새해 첫날은 해맞이라는 이름으로 유별나게 챙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참여자는 다짐, 맹세, 시작 등의 의미를 둔다고 말한다. 해맞이에 관한 관심은 새해 첫날뿐 아니라 평소에도 예사롭지 않았음을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의유당(意幽堂, 1727~1823)과 김금원(金錦園, 1817~1853)은 조선 시대 여성이다. 평일 해돋이를 직관하고, 그 체험을 「동명일기」(1772)와 「호동서락기」(1850)에 각각 남겼다. 먼저 의유당이 함흥 동명(東溟) 귀경대(龜景臺)에서 해돋이를 보고 적은 글이다.

“이윽고 날이 밝으며 붉은 기운이 동쪽에 길게 뻗치니 진홍 비단 여러 필을 물 위에 펼친 듯 드넓은 푸른 바다가 일시에 붉어지며 하늘에 자욱하고, 성난 물결 소리는 더욱 크고 붉은 담요 같은 물빛이 황홀하게 환히 비치니 차마 끔찍하였다.

급히 눈을 들어보니 물 밑 붉은 구름을 헤치고 큰 실오라기 같은 줄이 붉기가 더욱 기이하고 진홍빛 기운이 차차 나오는데 손바닥 너비 같은 것이 그믐밤에 보는 숯불 빛 같았다. 서서히 나오는 그 위로 작은 회오리 밥 같은 것이 붉기가 호박 구슬 같고, 맑고 투명하기는 호박보다 더 고왔다. 그 붉은 위로 슬슬 움직여 도니 처음 나왔던 붉은 기운이 백지 반 장 너비만큼 뚜렷이 비치면서 밤 같던 기운이 해가 되어 차차 커지다가 큰 쟁반만한 것이 불긋불긋 번듯번듯 뛰놀며 붉은색이 온 바다에 퍼지며 먼저 붉은 기운이 차차 가시고 해가 흔들리며 뛰놀기를 더욱 자주 하며 항아리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로 뛰놀며 황홀하게 번득이니 두 눈이 어질했다. 붉은 기운이 밝고 환하게 첫 붉은색을 헤치고 하늘에 쟁반 같고 수레바퀴 같은 것이 물속에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오자 항아리, 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게 겉을 비추던 것이 모여 소 혀처럼 드리우며 물속에 풍덩 빠지는 듯했다. 날이 밝아오고 물결의 붉은 기운이 차차 가시며 햇빛이 맑게 빛나니 만고천하에 그런 멋진 광경은 견줄 데가 없을 듯했다.” 해돋이의 현장감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다.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는 금원이 14살 때 남장(男裝)을 하고 주로 강원도지역을 유람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쓴 여행기이다. 다음은 낙산사 의경대 해돋이에 관한 글이다.

“얼마 지나 문득 붉은 거울 하나가 바다 가운데서 불쑥 솟더니 구름 끝이 부드럽게 늘어진 데서 차츰 올라갔다. 빛이 출렁이니, 마치 백옥 쟁반 위에 진주 항아리를 높이 들어 올린 것 같고, 만(灣)의 바깥으로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니 붉은 비단 우산을 펼쳐놓은 것 같았다. 잠시 뒤 어지러운 기운을 깨뜨리며 둥근 해가 솟구치니 나도 모르게 너무 놀랍고 미칠 듯이 기뻐서 춤을 추듯 펄쩍 뛰었다. 상서로운 햇무리가 바닷물을 내리비추니 한 무리 붉은 구름이 펼쳐지고 또다시 평지를 거꾸로 비추니 위아래로 붉은빛이 통해서 갑자기 천지 사이로 빛의 화살이 만들어졌다. 참으로 일대 장관이었다.” 해돋이의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정동진, 호미곶, 지리산, 향일암, 일출봉, 땅끝마을, 간절곶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해맞이 명소들이다. 근래 양산시는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 홍보에 나섰다. 천성산 정상에 천성대를 짓는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각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명소를 조성하고 있다. 지자체가 새해 해맞이, 일상 해돋이 체험을 제대로 알리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그 지역의 독창적 작품을 내세워야 한다. 그래야 그 지역의 자연 명소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울산도, 앞의 사례처럼 자연 명소에 대한 지역 문학인의 입고출신(入古出新=옛것으로 들어가 새것으로 나옴) 글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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