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 고분군 ①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 고분군 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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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가야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이 구성된 지 10년 만이다. 지난달 25일에 등재된 이 ‘가야 고분군’에는 대성동 고분군(김해), 말이산 고분군(함안), 지산동 고분군(고령), 옥전 고분군(합천), 교동·송현동 고분군(창녕), 송악동 고분군(고성), 유곡리·두락리 고분군(남원) 등 7개 고분군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고분군들은 사적(史蹟)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완충구역은 역사문화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은 이미 15종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였다. 해인사 장경판전, 석굴암·불국사, 종묘, 창덕궁, 화성,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조선왕릉, 경주역사적지구, 백제역사유적지구, 남한산성,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 산사,한국의 산지승원, 한국의 서원 등 13종의 문화유산이 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한국의 갯벌 등 2종은 자연유산이다. 이번 ‘가야고분군’까지 합하면 총16종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였다, 이와 별도로 무형유산 22종과 세계기록유산 18종도 등재되어 있다.

‘가야 고분군’은 가야의 문명을 실증하는 확실한 증거이다. 가야연맹 내에는 대등한 수준의 최상위 지배층 고분군이 제각기 독립되어 분포한다. 이들은 모두 가시성이 뛰어난 구릉지에 장기간 군집시켜 조성하였다. 가야식 석곽묘의 매장부 평면유형, 봉토 축조방식, 부장된 토기 기종 구성이 거의 비슷하다. 이런 동질성은 가야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체계를 유지하면서 주변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와 병존하던 고대문명의 한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유산의 가치를 입증하는 고분군의 속성은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유산의 가치를 추정할 수 있는 속성들이 개별 고분군 내에 잘 보존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규모 면이나 각 고분군의 경관과 공간적 특징도 유산의 가치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유산의 가치 전달에 필수적인 고고학적 유구와 근거들도 양호하다. 지역성을 띠는 묘제와 토기 양식, 대등한 수준의 위세품 등은 교역품을 통해 연맹을 구성한 각 정치체가 자율성을 가진 수평적 관계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분군의 발굴은 학술적 목적을 위해 최소한으로 진행되어왔다. 발굴조사 결과, 조성 당시의 고분 구조와 재료, 섬세한 축조 기술이 확인되었다. 이를 근거로 유적의 복원과 정비는 공인된 문화재 수리 기술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보존 관리, 현상 변경과 조사 정비의 허가는 문화재청이, 유산의 현장관리는 각 지자체에서 담당한다. 출토된 유물은 국가에 귀속되나 박물관이나 연구기관에 보관되고 있으며, 관리 재원은 문화재청과 지자체가 지원한다.

이 7곳 ‘가야 고분군’의 총면적은 약 200ha에 이른다. 이 중 필자가 직접 답사한 곳은 김해, 고령, 창녕 등 3곳이다. 대성동 고분군은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데, 1~5세기 가야연맹을 구성했던 금관가야의 대표적인 고분군이다. 지산동 고분군은 가야 북부지역을 통합하면서 성장한 대가야를 대표하는 고분군으로 가시성이 뛰어난 높은 구릉지 위의 밀집된 고분군은 실로 경이롭다.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비화가야를 대표하는 곳이다.

다른 고분군들도 각기 특성을 갖고 있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은 아라가야 왕릉군으로 총 113기로 이루어져 있다. 고성 송학동 고분군은 소가야를 대표하는 고분군인데. 백제, 일본열도와 해상교역을 통해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합천 옥전 고분군은 화려한 세공 기술로 만든 장신구가 대량으로 발굴되었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가야연맹의 최대 범위를 드러내면서 백제와 교섭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세계유산 등재를 기회 삼아 나머지 네 곳도 둘러보고 싶다.

‘가야 고분군’ 중 세계유산에 함께 등재되지 못한 곳도 여럿 있다. 장수 동촌리 고분군, 창원 현동 고분군, 의령 중동리와 예둔리 고분군, 성주 성산동 고분군, 상주 병풍산 고분군 등이다. 등재된 고분군과는 달리 공통점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추가 등재를 위해 다시 한번 더 면밀하게 연구하고 검토해야 한다. ‘가야 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가야의 철기문화와 해외 교역 등 6백여 년 가야사가 우리 역사 속에 번듯하게 자리 잡기를 촉구한다.

이정호 수필가·전 울산교육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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