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이 없는 ‘웰니스 학교’를 꿈꾸며
아픈 아이들이 없는 ‘웰니스 학교’를 꿈꾸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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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은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의 하나다. 최근 ‘웰니스(Wellness)’라는 용어가 ‘웰빙’ 대신 새롭게 사용되고 있다. 웰빙(Well 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지적 영역에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율배반적으로, 인간의 수명은 늘어도 질병은 줄지 않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마저 잃게 만드는 질병. 건강관리를 어릴 때부터 하지 않으면 성인이 된 후에도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사회·경제적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내가 어릴 때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지는 않았다. 아침 일찍 먼 길을 걸어 학교에 갔다가 수업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와 소 풀을 먹이고 논밭도 매며 자연과 같이했던 시간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3살 때부터 벌써 어린이집, 학교, 학원을 돌며 오랜 시간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지낸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의 미래세대를 키우는 기관의 책임이 크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건강한 생활 습관과 자기관리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해야 한다. 건강에 취약한 학생들에게 적절한 지원과 상담을 제공하고, 학부모와 협력하여 학생들의 건강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여기서 ‘학교 건강연대’를 생각해보았다.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 문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교사, 학부모, 의료기관, 상담센터가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고, 건강관리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며, 상호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최근 울산교육청은 지역 의료기관과 함께하는 ‘부·울·경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캠프’를 열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 바 있다. 교육청이 공동 주최하고, 부산대 어린이병원에서 주관했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울산교육청에는 아직 1형 당뇨 학생 지원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본인 부담 의료비가 연 300만 원에 달하지만, 관내 수십 명의 학생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혜택이 없다. 난치병에 ‘1형 당뇨’도 포함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대상 ‘치과주치의제’도 살펴보았다. 현재는 각 학교에서 계약한 몇 군데 검진기관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어 불편하다. 교육청에서 치과 검진기관을 일괄 선정해서 학생이 관내 치과 어디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초등학생 구강보건 증진 조례’를 일부 개정하여 ‘치과주치의제’ 현재 참여율 평균 42.6%를 개선해야 한다.

치아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올바른 위치에 자리 잡도록 하면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어 언어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 또 건강하고 고른 치아는 영양 섭취를 도와주고 타인에 대한 자신감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증진하기 때문에 치아 관리는 어릴 때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안에서 가장 즐거운 장소는 급식실이다. 하지만 최근 교육부의 ‘학교 급식 조리 종사원의 폐암 건강검진 결과보고서’를 보면 전국 31명, 울산 2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문화가 조성되고는 있지만, 학교 조리실은 작업장 취급을 받아 마땅한 공기 질 관리기준이 없다. 교실과 체육관, 급식실에 국한된 공기 질 관리범위를 조리실까지 넓혀 최상의 급·배기 시스템과 최적의 조리실 환기 상태를 유지하도록 조례를 별도 제정해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은 ‘보는 것’의 중요성을 표현한 속담이다. 특수학교 시각장애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점자(點字)’를 맨 먼저 배운다. 그러나 일반인의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 위 도드라진 점들은 그야말로 ‘점’일 뿐이다. 배우기 어렵고 사용하기 불편한 점자판과 점필을 사용하기 쉽도록 개선하여 시각장애인에게 널리 보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유니스트와 울산교육청이 특수학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판과 점필 개선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시각장애인의 문맹률 개선에 필자는 시의원으로서 적극적으로 동참하려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무수한 공동체의 노력만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공교육은 우리 사회의 약속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건강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해서 학생들의 자아존중감과 사회적 연대감을 높여야 한다.

나 혼자 꿈꾸면 한낱 꿈이지만 모두가 꿈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아픈 아이들이 없는 학교, ‘웰니스 학교’를 꿈꾼다.

홍성우 울산광역시의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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