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10.0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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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노인(老人)’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백발에 남루한 윗옷을 걸치고 쓸쓸하게 요양원으로 향하는 무기력한 뒷모습. 혹은 노후를 대비하지 못해 홀로 방안에서 빈곤에 허덕이는 모습. 공원 한켠에 삼삼오오 모여 장기나 바둑으로 소일하는 모습. 이런 모습은 모두 늙음으로써 생산성을 잃어 인간의 가치를 다했다고 보는 부정적 눈높이에서다. 이젠 나이를 먹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나 늙기 마련이다. 사실상 고령화는 우리가 죽기 전에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자 비즈니스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아직 노인의 기준은 65세다. 이미 ‘100세 시대’는 익숙한 개념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되더라도 노동능력을 유지한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기본적으로 더 젊고 더 건강한 노인들의 확대에 따른 것이다. 이런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청년층이나 노동가능 인력의 반대되는 의미를 담은 ‘노인’ 개념을 이제는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더 오래 일하는 추가 노동력이자, 풍요로운 인생을 더 향유(享有)하는 추가 소비층으로 바라봄이 어떨지.

‘슈퍼 에이지’ 시대가 오고 있다. 즉, 인류 역사상 최초로 노령 인구가 청년 수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를 뜻한다. 지금은 MZ 신(新)세대가 세상을 바꿀 듯이 보이지만, 앞으로 세상을 바꾸는 건 노인이 될 수도 있다. 인구 고령화가 앞으로 세상을 지배할 가장 강력한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출생률 감소와 급속한 수명 증가라는 두 가지 메가트렌드가 충돌하면서 생기는 인구통계학적 충격은 필연이다. 앞으로 닥쳐올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경제 침체와 고위험 노령 인구의 고립 그리고 농촌 공동체의 소멸 등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슈퍼 에이지’ 시대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철저히 계획된 대비가 매우 중요하다. 훗날 보람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자신만의 일을 찾아내고, 회사 밖 내 삶의 존재를 미리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누구나 직장을 다니다가 결국 퇴직하기 마련이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거나 회사에서 잘리거나, 아니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과연 “인생 2막을 위한 ‘회사 밖의 삶’은 잘 준비하고 있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 가장 높은 단계는,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으며 높은 지위까지 오르기를 바라는 ‘인정욕구’다. 인간은 은퇴하기 전까지 이 욕구를 충족시키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 나 역시 그랬다. 이 욕구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면 개인적 혹은 사회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정욕구를 건전하게 채우는 방법을 알아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잘 다루면, 인정욕구는 삶에서 아주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인정욕구는 명성, 평판, 사회적 지위 등 타인에게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와 성취감, 자존감, 자부심 등 스스로 높이고자 하는 두 가지 요소로 구분된다.

이런 욕구를 채우지 못하면 남에게 휘둘리거나 무기력증이 찾아온다. 무작정 일을 미루거나 심지어 우울증이 찾아올 수도 있다. 최근에는 주위에 인정 중독에 빠져 인정욕구에 휘둘리는 젊은이가 많이 늘었다. 소셜미디어의 ‘좋아요’ 반응에 중독되어 본연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그렇다. ‘보이는 나’를 지나치게 중시하게 되고, 남에게 무시당하거나 적은 반응을 얻게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불안해한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거짓된 자신을 만들어내는 것만큼 좋지 않은 것이 없다. 진솔한 자신으로 인정받는 것이 인정욕구를 채우는 반듯한 길이다.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노인에 대한 편견은 1950년대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부터 나온 듯하다. 근대 이전까지는 노인은 존경과 배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가 급증하고, 이들이 새로운 문화로 청년문화를 앞세우면서 대척점에 있는 노인에 대한 비하로 이어지게 되었다. 다시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나이를 이유로 노인을 차별하거나 소외시키는 고정관념은 확실히 지워야 한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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