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각
재미있는 생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9.2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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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선암호수공원에서 작은 종교 시설물이 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기독교 ‘호수교회’, 천주교 ‘성베드로 기도방’, 불교 ‘안민사’ 등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종교 시설물이 한 자리에 있는 것은 아마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난 2011년 당시 김두겸 남구청장이 종교적 화합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함께 전해 주기 위해 건립을 추진했다. 지금은 기독교·천주교인들의 찾는 관광지이자, 불자들의 쌀 시주가 연간 7천만원대에 달할 만큼 영험있는 기도처로 각광받고 있다.

작은 종교 시설물은 현 김두겸 울산시장의 ‘기발한 발상’의 한 예다. 김 시장의 생각은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다. 얘기를 듣고 있으면 귀가 즐겁다.

울산시가 역점사업 중 하나로 용역에 들어간 ‘세계 최대 성경’도 재미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예비후보였던 김두겸 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한데, 천주교 3대 성지인 울주군 언양 살티공소에 전시관을 조성하고 세계 최대 성경책을 제작해 전시한다는 거다. 인근 순례길도 정비한다. 전 세계 천주교도들이 이곳을 찾게 되면 인근 주민들은 묵주만 팔아도 지역경제가 살아날 거라는 게 김 시장의 생각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스님이 창건한 태화사를 복원해 새로운 관광명소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위치는 태화루 건너편 공영주차장 인근으로 검토되고 있다.

남구 번영사거리에 공중정원을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높이 5m가량의 공중에 6천여평 면적의 원형 정원을 조성해 주민 휴게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공중에서 야경을 관람할 수 있는 벤치와 울산을 상징할 만한 구조물을 설치해 이색 명소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사석에서 김 시장은 동구 대왕암공원 앞 바다에 불상을 건립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냥 불상이 아니라 물에 잠겨있다가 하루에 2~3번 바다 위로 부상하는 불상이다. 호국불교의 성지인 대왕암 내에 정해진 시간에 불상이 떠오르는 장면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거다.

제주도 소인국 테마파크를 울산에 건립해 보겠다는 생각도 이채롭다. 비록 무산됐지만 기업인 조형물 인근에 실제 크기의 1/4 가량 되는 에펠탑, 피라미드, 피사의 사탑 등 전 세계 유명 건축물 등을 제작해 전시해 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김 시장의 생각들은 생각일 뿐이다. 만약 추진된다면 보여주기식 사업에 매몰한 낭비성 사업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선정적 관광유인책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얘기가 오가는 것만으로도 울산은 재미있는 도시로 인식될 것 같다.

울산은 관광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누구나 울산을 한 번이라도 찾게 만들려면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확충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김 시장의 생각들은 울산관광을 위한 재미있는 소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추진하게 된다면 공론화 과정은 필요하다. 잘못 만든 관광상품은 오히려 흉물로 남기 쉽기 때문이다.

반전도 있다. 함평군이 지난 2008년 2억원의 예산을 들여 ‘황금박쥐상’을 설립할 당시, 주민들은 지자체 재정위기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 적절치 못한 행정이라고 앞다퉈 반대했다. 그러나 금값이 올라 황금박쥐상은 현재 시세로 14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를 훔치려던 절도범이 잡히면서 관심을 끌어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어찌됐던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울산 미래먹거리인 관광산업을 위한 김 시장의 기발한 구상들이 재미있다.

정재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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