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나 어릴 적 / 김미성
[디카+詩]나 어릴 적 / 김미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9.2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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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도 전기도 없고 라디오도 영화도 없어

성터 울타리 너구리 굴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뛰어놀았다는

옛날이야기 들려주시던 할머니

여름밤 할머니 무릎베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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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을 대표하는 문학가 중 한 사람으로 오영수 작가를 말할 수 있다.

김미성 작가는 어느 집 벽에 쓰인 오영수 작가의 ‘요람기’ 작품 중 일부를 보고 옛날 생각에 잠긴다.

오영수 작가는 1900년대 초에 작품 활동을 하셔서 아마 그때의 시골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도 ‘요람기’ 작품에 나오는 정도의 그런 시골은 아니었다.

물론 현재는 말할 것도 없이 경제적인 발전을 통하여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이다.

하지만 옛날과 비교할 수 없는 넉넉한 시대에 살면서도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김미성 작가는 ‘옛날이야기 들려주시던 할머니 / 여름밤 할머니 무릎베개 그립다’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풍요 속에서 자주 느끼는 공허함은 할머니라는 소중한 그리움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일 수 있다.

지금의 세상은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러한 물질만능주의는 오히려 우리에게 정신적인 빈곤을 선물했다.

요즘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디지털이라는 획기적인 문명의 이기에 빠져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길을 걸을 때도 너나없이 핸드폰만 보며 걷고, 계절의 변화에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마술을 즐기려고 하지 않는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묻지 마!’ 범죄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자연이 주는 공감을 잃어버린 빈곤한 정신적 공황이 사람에게 몹쓸 병을 주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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