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 디지털 세상의 ‘잊혀질 권리’
-285- 디지털 세상의 ‘잊혀질 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9.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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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 단순히 기억 속 과거라면 모르지만,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인터넷 공간에 저장되어있는 자신의 과거 기록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기록들은 공인이든 일반인이든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 과거 흔적은 ‘신상털기’를 통해 여과 없이 공개되어 알려지게 된다.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우리 일상들이 인터넷 공간에 저장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복사되어 유통되는 바람에 사태의 심각성이 극도에 달하고 있다. 또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무시된 채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인권침해가 심하다.

이러한 인권침해에 대해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가 “구글 검색 결과에 링크된 해당 웹 페이지의 정보가 합법적인 경우에도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라는 판정을 내려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세계 최초로 ‘잊혀질 권리’의 일부로 인정한 바 있다. ‘잊혀질 권리’란 인터넷에서 저장·유통되는 개인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수정·삭제·파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누구나 잊혀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에서도 일정한 조건 아래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규정했고,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삭제할 정보의 범위와 기술적 한계, 기본권과의 충돌 등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다. 개인은 사생활 보호와 행복추구권을 보장받기 위해 잊혀질 권리를 주장한다. 반면에 표현의 자유, 헌법상 보장된 알 권리와의 충돌 등 찬반 논쟁이 많다. 권력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수정하거나 삭제한다면 국민이 알고 평가해야 할 정보가 사라지므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필요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스스로 정보를 관리해 잊혀질 권리를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네이버나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이나 회사 이름 등 관심 있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라. 만약 그 정보들이 왜곡되고 음해성 짙은 내용이며, 공개하기를 원치 않는 정보라면 어찌할 것인가? 개인 혼자서 삭제·폐기하긴 어려울 뿐 아니라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때는 디지털 장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다만, 알 권리의 침해 및 잊혀질 권리의 범위와 수준은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생활 모두가 디지털화된 지금, 자신의 흔적은 스스로 관리하고 삭제해야 한다. 첫째, 가입된 인터넷 사이트에 로그인하여 지우는 방법이다. 포털 사이트마다 전화번호나 거래 내역들이 노출된 사이트는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둘째, 스마트폰 관리다. 클리너라는 앱을 깔아서 관리하면 된다. 대표적인 앱이 히스토리 이레이저, 네이버 클리너, 클린 마스터 등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만들어진 불필요한 각종 정보를 삭제할 수 있다.

셋째, 개인용 컴퓨터 관리다. 컴퓨터가 고장 나서 수리센터에 맡길 경우나 원격으로 접속을 허용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많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넷째, 휴지통 비우기다. 휴지통 파일을 삭제하면 영구적으로 없어지지만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할 수 있다. 메타데이터만 삭제하기 때문이다. 씨클리너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다섯째,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브라우저에 ‘검색기록 삭제’라는 메뉴가 있다. 이를 활용하여 인터넷 사용정보를 삭제하면 된다.

디지털 정보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디지털 정보의 생명주기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디지털 소멸을 위한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 도입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IT 강국으로서, 지구촌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존경받는 인터넷 국가가 될 수 있다.

민병수 ㈜엠아이티 대표이사,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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