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뿌리를 찾으려는 사람들
맛의 뿌리를 찾으려는 사람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9.2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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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곳이 마트다. 끓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상품들이 즐비하다.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만나는 식재료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오늘 이곳에서는 신토불이 좋은 재료 찾기에서부터 식탁에 올리기까지, 옛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신토불이 레시피를 선보이고 나누려는 사람들이 있다. <동구민의 바다 밥상>은 동구 지역 요리공방인 ‘꽃바위 동네 부엌’에서 동구민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이 두 번째로 요리 재료는 ‘우뭇가사리’다. 우린 우무묵을 먹지만 우뭇가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넓은 쟁반에는 옥수수수염처럼 생긴 노르스름한 우뭇가사리가 담겨 있다. 수강생 대부분은 재료를 처음으로 만난듯하다. 우뭇가사리는 실처럼 생긴 헛뿌리를 내어 바위 위에 달라붙어 자란다. 자홍색으로 몸은 가늘고 납작하며 깃털처럼 가지를 많이 내어 다발을 이룬다. 봄에 물이 빠져나간 바위에서 채취하여 소금기를 빼내고 홍색이 없어질 때까지 햇볕에 말리면 하얗게 변한다. 말린 우뭇가사리를 물에 불려 묵을 만든다.

이제 우뭇가사리가 우무묵이 되는 과정을 나누어 본다. 먼저 우뭇가사리에 붙어있는 이물질을 손질한 후 끓는 물에 넣고 눅진눅진해질 때까지 삶아서 거르거나 주머니에 넣고 짜내어 냉각시키면 우무묵이 된다. 우뭇가사리를 가공하면 한천을 만드는 주재료가 되어 양갱이나 묵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늘 먹던 양갱의 재료가 우뭇가사리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우무묵은 칼로리가 적은 재료라서 맛이 없을 것 같지만 간장에 마늘과 고춧가루만 넣고 무쳐도 맛이 난다. 예전에는 우무묵 콩국, 우무묵 밥, 우무묵 냉국, 우무묵 무침, 우무 미숫가루를 즐겨 해 먹었다고 한다. 이번 레시피는 우무묵 냉국, 우무묵 무침, 우무묵 메밀국수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직접 만든 우무묵 요리들은 부드러우며 탱탱한 식감이 뛰어나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맛과 비교가 되었다. 우무묵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어서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인기가 많다. 또 노폐물을 제거해주어 ‘식이섬유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회원들은 만든 음식을 나누며 우무묵 김치, 우무묵 샐러드, 우무묵 깍두기, 우무묵 해파리냉채 등등 다양한 레시피들을 주고받는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 레시피에 도전해 볼 기회가 된다. 우무묵만 만들 줄 알면 다양한 레시피가 가능할 것 같다.

“우뭇가사리가 우무묵이 되는지를 선조들은 어떻게 발견했을까요?” 불을 때다 졸아서, 시간이 많이 걸려 불을 꺼서, 나무가 부족해서. 다음날 보니 묵! 묵을 처음 만든 분을 만날 수 있다면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라며 회원들은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법고창신’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총 10회에 걸쳐서 선보일 재료들은 톳, 청각, 미역, 해삼, 멍게, 가자미, 전어, 부각, 문어 등 동구에서 나는 재료들로 구성되었다. 주민들이 직접 지역 음식문화를 담은 레시피를 만들어 내는 지역 환원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요리들은 동구평생학습관 요리교실 교육과정에 활용되며 평생교육 SNS를 통해 주민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왔다는 한 회원은 “내 아이에게 좋은 재료를 먹이고 싶어요. 마트에 가면 없는 게 없지만 직접 기른 채소가 식감이 다르듯 집적 준비하고 만든 반찬들은 맛이 다르지요.”라고 한다.

전통을 이어가는 동네 부엌에는 방어진이 고향인 양경화 요리사가 있다. 고향이 좋아 동구에서 나는 재료로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요리에 관심을 가지면 밥상이 달라져요. 특별한 식탁을 준비하고 싶다면 신토불이 밥상을 준비해 보셔요.”라고 한다.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며 뿌리를 알아가려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문화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 좋은 식재료는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김뱅상 시인·현대중공업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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