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 고를땐 이름 아닌 성분 살펴봐야’
‘진통제 고를땐 이름 아닌 성분 살펴봐야’
  • 최주은
  • 승인 2023.09.1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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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생활하다 보면 예기치 못하게 아픈 순간이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당장 병원에 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손에 닿는 곳에 항상 있는 상비약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진다.

상비약을 마련하려면 수많은 일반약들 중 무엇을 구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며, 집에 구비해둔 약이 무엇인지 알아야 약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상비약 중 하나인 진통제에 대해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정희진 약사와 알아보자...

◇해열 목적은 아세트아미노펜, 염증 증상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열나는데 왜 진통제를 먹어야 해요?’라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두 가지 진통제 모두 열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해열제와 진통제는 각각 따로인 게 아니라 사실은 같은 약이다.

진통제는 두 가지가 있는데 진통 효과와 함께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각기 다르다.

하나는 열을 내릴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나머지 하나는 열 뿐 아니라 염증도 가라앉힐 수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이하 NSAIDs)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열 목적이라면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어야하며 목이 잠기는 등 염증 증상이 있다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먼저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약을 복용한 후에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으면 다른 종류의 약을 교차로 복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약효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약을 복용하기 전 최소한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끼리는 4시간 이상, NSAIDs끼리는 6시간 이상 복용 간격을 띄워야 하고, 나이와 체중에 따른 1회 복용량을 정확히 지킨다면 아세트아미노펜은 하루 최대 6번까지, NSAIDs는 4번까지 복용이 가능하다.

적절한 1회 복용량이나 하루 최대 복용량은 나이나 체중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복용하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약 고를 땐 성분을 살펴봐야 해

‘아세트아미노펜’을 성분으로 하는 약은 아주 많아서 국내에 아세트아미노펜으로만 이뤄진 약이 100여종이나 될 정도이다. 그래서 약 이름만 보고는 그 성분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성분이 아세트아미노펜인 약 이름 중 널리 알려진 것에는 타이레놀, 세토펜 등이 있다.

그래서 “우리 집에 타이레놀 1통 있는데 안 들을 수도 있으니 다른 것도 사놔야지, 세토펜을 사 놓을까?”라고 하면 집에 타이레놀 2통을 사놓는 것과 같다. 이런 식으로 약 이름이 다르지만 성분은 똑같은 약이 많기 때문에 약 이름이 아닌 성분을 봐야 한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은 종합감기약 등 여러 약에 포함된 경우가 많아서 ‘이 약들은 진통제랑 감기약이니 다른 약이지’하면서 복용하면 알맞은 하루 복용량보다 더 많이 먹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아세트아미노펜은 먹는 약 뿐 아니라 좌약으로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각기 다른 약이라고 생각하고 시럽과 알약을 먹고 좌약을 썼는데 알고 보니 그 약들이 모두 아세트아미노펜이었던 경우도 왕왕 있다.

◇진통제 성분 볼 땐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으로 구분

일반약으로 분류된 진통제 중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외의 성분은 모두 NSAIDs이다.

NSAIDs에는 이브프로펜(Ibuprofen), 맥시부펜(maxibufen), 나프록센(naproxen)등이 있는데 모두 외우기는 어려우니 진통제의 성분을 볼 때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 두 가지로 구분하면 충분하며 각 성분에 해당하는 약 한가지씩만 구비해 놓으면 된다.

여러 성분이 포함된 약은 복용 시 신경 쓸 것이 많아지니, 여러 목적으로 쓰일 상비약으로는 단일 성분으로만 된 약을 준비해놓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집에 있는 여러 진통제 중 A약의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 B약의 성분은 이브프로펜, C약의 성분은 맥시부펜이라면 진통제는 무조건 아세트아미노펜과(A약), 아세트아미노펜이 아닌 것(B와 C약) 두 가지로 분류하고, ‘만약 B와 C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은 다른 진통제를 먹는 게 아니라 한가지 진통제를 먹은 것과 같으니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좋다.

만약 B약을 먹고 효과가 좋았다면 그 후 상비약을 준비할 땐 B약의 성분인 이브프로펜을 사두는 것을 권장한다.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s 두 가지 모두 통증과 발열 및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감소시켜서 통증과 열을 낮춘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뇌와 척수에서 작용하는 반면 NSAIDs는 그 외의 부분에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세트아미노펜과 달리 염증도 가라앉힐 수 있다. NSAIDs가 작용하는 ‘그 외 부분’ 중에 위장이 포함되는데 이 약이 감소시키는 프로스타글란딘이 위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NSAIDs를 먹으면 속 쓰림 등 위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 평소 위장이 약하다면 음식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진통제는 내성이 생기지 않으므로 아픔이 느껴지면 복용해야

아세트아미노펜에는 간 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간에 질환이 있거나 알코올 중독 병력이 있는 분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 외 분들이 정상적인 용량을 사용한다면 뚜렷한 부작용은 없다. 그래서 아기에게도 생후 4개월부터 투여 가능한 약이기도 하다.

그리고 증상을 빨리 가라앉히고 싶어서 많은 양을 복용하거나 먹자마자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권장되는 복용 간격을 지키지 않고 연달아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약효보다는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커지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약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약효가 나타난다. 그래서 복용 후 기다려야 한다.

만약 급하다면 같은 성분이라도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나는 연질캡슐(말랑말랑한 캡슐 안에 액체로 된 약이 든 것) 형태로 만들어진 약을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우유 등 다른 액체와 약을 먹으면 흡수가 방해될 수 있으니 약효를 온전히 다 누리기 위해서는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약 먹으면 안 좋다고 아파하면서도 참는 분들이 있는데 통증을 느끼는 상태로 계속 있으면 신경이 손상돼 나중에는 원래 있던 통증의 원인이 사라져도 손상된 신경 때문에 계속해서 아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만성적으로 통증이 이어질 수 있고 치료가 힘드니 아픔이 느껴진다면 참지 말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

진통제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반대로 아기는 열이 나면 위험하다며 보호자들이 알맞은 1회 복용량이나 복용 횟수를 잊고 약을 많이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약으로 낮출 수 있는 체온은 많아야 1.5도 이다.

열이나 통증은 그 자체가 병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어 부차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결론은 상비약을 복용했는데도 조절되지 않으면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정리=최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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