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에 대한 소고(小考)
요소수 대란에 대한 소고(小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9.1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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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요소수 수급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급증하고 있다. 아니 요소수 품귀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정부는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통업체, 화물차 운전자들이 요소수 대란이 재현될 것을 우려해 미리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주유소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는 게 일반론이다.

주로 농업용, 산업용, 경유 차량용으로 쓰이는 요소는 경제성 때문에 2010년대 초부터 중국 내의 석탄으로부터 주로 생산돼 왔다. 그런데 2021년 중국 내 석탄이 부족해지자, 중국 정부가 석탄과 더불어 요소 등 석탄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물질의 생산과 수출을 통제했다.

이에 세계적으로 요소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특히 요소 수입량의 97%를 중국에 의존하던 우리나라에서는 일시적으로 요소 및 요소수의 품귀 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사실 중국과 호주의 석탄 분쟁이 갑자기 요소 수출 전면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중국은 호주와의 석탄 분쟁에 따른 비료 수급난을 겪자 비료 원료인 요소 수출을 통제했다.

그러나 중국산 요소수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요소수 대란은 급격히 확산되면서 교통, 물류, 건설, 의료 등 곳곳이 마비 위기에 놓인 국가 비상사태로 번졌다. 요소수를 넣으려고 주유소마다 화물차들이 길게 줄을 섰고, 가격은 10배로 치솟고 매점매석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승용·화물차를 넘어 소방차, 구급차, 건설기계와 발전소까지 멈출 위기를 겪었다.

우리에게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준비와 계획적인 수급조절을 통해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요소수 대란 가능성은 공급망의 수급 구조에서 벌어진 사안이라는 관점에서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략산업 핵심 원자재나 일상 필수 원자재 수급 차질이 언제라도 빚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겪었다.

정부 및 국내 관련 기업 관계자는 2021년의 품귀현상으로 이미 공급처 다변화를 해놨고 요소수 비축량 또한 두달 이상 사용할 정도이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답변이다.

사실 비축량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측 공급망이 막힐 경우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요소 대체 구입선도 마련해 놨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2021년 요소수 대란을 겪은 뒤 중국의 요소수 수입 의존도는 지난해 66.5%로 떨어졌다가 올 상반기에는 89.3%로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의 미흡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중국의 사소한 조치에도 우리나라 소비자는 불안해하고 사재기로 들어가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공급망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발생 원인이 무엇이든 주요 품목의 공급 차질이 가져올 피해는 막대하다. 그런 면에서 정부는 이번 요소수 대란 가능성을 계기로 다시 한번 글로벌 공급망 관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요소수의 사용이 많은 디젤 차량에서 친환경차, 전기차 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차량을 줄여나가야 한다. 또 경제성 때문에 생산을 기피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적자를 보전해 주는 방안도 문제해결의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수입국의 여건 변화에 국내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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