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 최광임
아침 / 최광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9.1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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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일찍 방문을 열었다

밤낮 밖이며 끝인 처마를

방안에 제일 먼저 들였다

좌정한 처마가 문밖 초록시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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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의 디카시 ‘아침’을 감상합니다.

시인은 어느 산사에서 아침을 맞이하는가 봅니다. 이른 새벽 이불을 말끔히 정리하고 보니 햇살이 먼저 문을 두드려 방문을 활짝 열어 봅니다. 그리고 늘 밖에 있던 처마가 방 안으로 들어와 좌정합니다.

처마가 문밖 초록 세상을 바라보며 초록시를 읽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고즈넉한 느낌의 디카시라고 생각합니다. 좌정한 처마의 눈길을 따라가 봅니다. 요즘 모두가 힘든 세상이기에 중심잡으며 살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특히 무한 경쟁사회이다보니 잘 지내던 사람들과도 등 돌리기가 쉽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시를 짓는 시인이라면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세상 있는 그대로 시를 받아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이 사는 집에서 햇빛과 바람을 막아주는 처마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듯이 중심 잡기 힘든 세상에서 시인의 역할은 처마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 자신부터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잘 잡는 시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침, 햇살, 처마, 그리고 초록 시가 함께 잘 어우러져 고즈넉함을 느끼게 해주는 최광임 시인의 디카시 ‘아침’에서 시인이 가져야 할 맑은 시심을 배웁니다. 글=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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