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바위’와 개분지
‘두꺼비바위’와 개분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9.1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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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온산공업단지 조성 기본계획’이 확정되어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 후 이 일대에 많은 마을이 사라졌다. 그중에 지금 신한기계 자리에 ‘우봉’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의 전체 모양은 가리비 조개처럼 생겼다. 해안만이 타원형을 이루고 수평선 양 끝은 곶으로 왼쪽은 장바우, 당월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오른쪽은 현재도 있는 강양리와의 경계 지역이다.

우봉 마을에서 강양리로 가는 언덕길 못 미쳐 바닷가에 두꺼비 모양을 한 바위 두 개가 마주 보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근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주변의 바위들과는 전혀 다른 색깔과 형태를 가졌다. 누군가가 물속에 박힌 돌 위에 올려놓은 양 멀리 타지에서 옮겨 온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마짓돌 또는 마주돌, 이눈바위(의논암), 두꺼비바위라고 불렀다. 예부터 구전으로 전승되는 전설도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제주도에 한 쌍의 두꺼비 부부가 살고 있었다. 좁은 섬 생활에 싫증이 난 두꺼비 부부는 사람들이 말하는 육지에 가보기로 했다. 수컷이 어떤 방법으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자 암컷이 말했다. “중국내륙에서 멸구도 바람을 타고 오는데 우린들 왜 못 갈까? 죽더라도 가봅시다.”

그러던 어느 날 태풍이 심하게 육지 쪽으로 부는 날에 두꺼비 부부는 몸을 솟구쳐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았고, 양지바르고 아늑한 우봉리 포구에 내려앉게 되었다. 막상 육지가 그리워 머나먼 바다를 건너왔으나 모든 게 낯설고 타지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막막했다. 두꺼비 부부는 서로 마주 앉아 의논하다가 그대로 돌이 되었다. 전설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곳은 행정상으로는 강양리에 속했다. 아주 예전에 이권 다툼으로 면 소재지가 있었던 강양리가 힘을 행사했다는 말도 있었다. 강양리에서는 양식장 주변과 부분을 쪼개 우봉에 임대를 주기도 했다. 우봉에서는 코 앞인데도 강양리에서는 개분지를 넘어와야 했기 때문이다.

개분지는 우봉리 임금산 아래에 넓게 펼쳐진 초지로, 신라 때 헌강왕이 이곳에서 갯가를 바라본 곳이라 하여 ‘개본재’라 불렀다고 한다. 바닷가에는 기암괴석과 바둑돌 같은 고운 자갈이 널려 있었다. 위쪽에는 넓은 잔디밭까지 펼쳐져 있어 봄철에는 당시 당월국민학교에서 소풍을 자주 오는 곳이었다. 물론 지금은 당월초등학교도 온산 공단에 묻히고 없다.

내가 당월국민학교에 입학했던 1970년, 첫 소풍을 개분지로 갔다. 육성회장인 아버지께서도 오셨는데 훤칠한 키에 긴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하셨다. 지금 보니 아버지는 너무 젊고 멋이 있었다. 입학도 안 한 동생이 따라와 물통을 매고 사진을 함께 찍었다. 언니와 나, 동생, 아버지, 한 반인 외사촌도 같이 찍었다. 널찍한 잔디밭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명절이 다가오니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더 눈물이 나고 목이 멘다.

제5공화국 이후 해안 주둔 군부대의 초소가 들어서고, 향토예비군 교육장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구덩이가 파이고 고운 잔디들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그 후 군부대도 없어지고 약간의 잔디밭과 터가 남아있었는데 얼마 전에 가보니 무슨 공사를 하고 있었다.

우봉 마을이 없어지고 두꺼비 바위가 있는 곳까지 공단이 조성되면서 바위는 명선교의 강구 쪽 앞바다로 옮겨졌다. 이송비가 많이 들어갔는데도 바위는 우려했던 대로 이송 도중에 손상되고 말았다. 언젠가 부모님을 모시고 일부러 두꺼비 바위를 보러 강양리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깨진 것을 보니 여간 실망스럽지 않았다. 옮겨진 두꺼비 바위의 모양이 한눈에 쓱 들어오지는 않는 것은 앉은 모양이 원래 방향과 달리 약간 틀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명선도와 명선교가 유명해지면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강양마을에 방치되다시피 한 두꺼비 바위를 이 기회에 되살리고 싶다.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작은 안내판을 명선교 입구에 세우고 다리 위에도 화살표 팻말을 붙여 타지인이나 젊은 사람들이 두꺼비 바위를 한 번쯤은 눈여겨보고 갈 수 있게 새로운 볼거리로 꾸몄으면 좋겠다.

김윤경 작가·여행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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