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딸에게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딸에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9.0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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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에 핀 박꽃이 하얀 웃음을 보이던 날 너는 첫울음을 터트렸었지.

그날은 환한 달빛이 온 누리를 비추어주던 1996년 백중날(음력 7월 15일)이었어. 모든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너는 더없는 기쁨이자 에너지원이 되었지.

엄마는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태교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 우리 가시버시는 둘 다 아기를 무척이나 좋아했기에 혼인 후 한 달 만에 너를 임신했단다. 물론 계획 임신이었고, 몸도 마음도 가장 건강한 상태로 너를 만날 준비를 했지.

너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을 때는 검은 콩만한 크기였어. 그때의 감동은 평생 잊을 수 없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입덧이 심해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힘든 날을 보냈지. 그렇지만 그 또한 너를 만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단다.

그때 엄마는 너와 교감을 하듯 편지를 썼어. 태중 일기였지. 지금도 네가 그 글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가끔 읽어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마음에 기쁨이 가득하단다.

너에게 모유를 먹일 때는 젖몸살이 심해 살이 찢어지는 듯 아팠어. 그렇지만 엄마 젖을 먹여서 건강하게 키우기로 한 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참고 먹였단다. 그건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었어. 돈으로는 결코 살 수 없는 것으로 엄마가 네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기도 했지.

젖을 먹고 평온하게 잠든 너의 모습을 볼 때면 온갖 시름 다 잊어버렸지. 너를 키우면서 인생의 신비로움을 많이 경험했어. 그리고 내가 살아온 시간 중에 가장 참된 시간이었고,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시간이었어.

어려서부터 감수성이 풍부하고 마음이 여려서 눈물이 많았던 너를 가끔 나무랄 때도 있었지. “무슨 일이 있으면 말을 하지 왜 우는 거야?” 하며 야단쳤던 것이 지나고 생각하니 미안하구나.

네가 타고난 기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수용하지 못했던 건 엄마가 부족한 탓이었단다. 그때는 나도 엄마 나이로는 네 나이와 똑같았지. 네가 다섯 살이면 내가 엄마가 된 나이도 다섯 살인 셈이었지.

너로 인해 기다림을 배웠고 인내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단다. 엄마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것이 있다면 너를 낳은 일이야. 육아하면서 나의 부족한 점도 하나씩 찾아내고 고쳐 나갈 수 있었지. 그리고 네가 자라나면서 나 또한 마음의 키를 시나브로 키울 수 있었단다.

사랑하는 딸아, 너는 자연을 사랑하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따뜻한 마음을 지녔기에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나와 뜻이 잘 맞는 친구이면서 내가 쓴 글을 제일 먼저 읽어주는 글동무이기도 하지. 특히 나의 원피스를 너도 함께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신나고 재미있어.

너의 열정과 꿈을 존중하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엄마는 너를 응원할 거야. 네가 꿈의 날개를 활짝 펼치는 것을 볼 때 엄마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득하단다.

어떤 어려움이나 시련이 닥쳐도 너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렴. 네가 참으로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 지금 하는 일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언제나 너의 영혼을 잘 살피며 네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랄게.

네가 살다가 힘든 일이 있을 땐 엄마가 늘 너의 곁에 있을게. 너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해주며 네 곁에서 지지해줄게. 지칠 땐 언제든 와서 편히 쉴 수 있는 마음 의자가 되어주고 싶어. 다가올 너의 미래에 만족과 기쁨이 가득하길 바랄게.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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