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가장 가까운 나의 벗
‘자연’은 가장 가까운 나의 벗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3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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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한 땀이 등을 타고 흐르는 여름밤, 아파트 단지의 매미는 해가 떨어진 후에도 오래도록 목청이 떠나가라 운다. 매미가 울자 호시탐탐 먹이를 노리던 까마귀도 덩달아 흥분해 울어댄다. 원래 예전 매미는 밤이 오면 울음을 뚝 그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요즘 매미는 다르다. 캄캄한 밤이 되어도 환한 인공 불빛 탓에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장마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 “올해 여름휴가는 어디로 떠날까?”를 놓고 고민한다. 많은 사람이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을 찾아간다. 초록 숲을 산책하다가 짜릿한 계곡물에 시원하게 발을 담글까? 바람에 실려오는 짠 내에 이끌려 푸른 바다에 뛰어들까? 이도 저도 아니면 공원이나 정원에 있는 나무그늘 아래에서 책이나 읽을까? 이렇듯 자연의 아름다움은 경탄을 자아내고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영화, 음악 등 우리를 잠시 행복을 맛보게 하는 것과는 달리, 자연이 선사하는 기쁨의 원천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한여름날 뜨겁고 탁한 도시를 벗어나, 푸른 자연을 만끽하는 걸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숲속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가 인간의 자율신경계를 조절한다거나 파도의 리듬과 뇌파가 흡사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바다의 수평선은 즉각적인 평온함을 주고, 바다에 푹 잠기는 수영은 고요함과 안정감을 선물한다. 사람이 엄마의 배 속에서 최초로 물놀이하던 감각이 뇌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요한 숲속에 조용히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일상의 소음에 가려진 내면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사람은 자연과 마주할 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될까? 자연 앞에서 수많은 감정에 휩싸이곤 하면서도,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인간은 자연 속에 머물 때, 뇌가 활성화된다. 그래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 그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풍요롭기에, 애써 따져 묻는 일이 쓸데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연의 품에 안겨야 할 이유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자연과 나’의 관계 속에 가득한 과학적 근거를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주는 만족감의 비밀을 파헤치면, 순수한 지적 경험을 얻게 된다. 그러면 불안, 우울, 피로와 같은 현대인의 만성질환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치유법을 찾아낼 수도 있다.

암 치료 소식이 전해지면서, 요즘 전국이 맨발 걷기로 들썩이고 있다.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면, 흙 속 박테리아가 항우울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또한, 밤하늘의 별을 응시하다 보면, 핵융합에 의해 형성됐다 죽어간 별은 우리가 우주의 한낮 먼지임을 깨닫게 해준다. 눈을 통해 뇌에 전달된 새벽빛은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화학작용을 일으키기에 기꺼이 새벽의 여명(黎明)을 맞이한다. 이렇듯 인간이 신체부터 심리까지 전방위적으로 자연으로부터 받는 긍정적 혜택은 실로 다양하고 오묘하다.

자연은 언제나 나의 가장 가까운 벗이다. 물, 바람, 숲, 별, 흙, 동물, 식물, 색깔, 냄새 등 자연이 제공하는 다채롭고 감각적인 환경을 직접 접촉하고 느낌으로써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곤 한다. 자연은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갖가지 요소를 제공하여, 어두운 생각을 반복하는 나의 오랜 습관을 멈추게 만든다. 흐르는 물, 바람의 속삭임, 나뭇잎의 움직임 등은 내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뇌에는 평온한 휴식을 준다.

한국은 세계적인 과로사회로 꼽힌다. 그만큼 휴식과 힐링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우리 삶의 환경은 산업혁명 이후 200년 동안 초록색에서 회색으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두뇌의 많은 부분은 대평원을 달리던 수렵 채집민의 초록색을 깊숙이 간직하고 있다.

자연이 인간의 정신건강이나 신체 기능, 그리고 인지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어른이 되면서 점차 ‘감탄하는 감성’을 잃어간다. 그러나 세상은 감탄할 것들로 가득하다. 자연과 생명에 감탄하는 마음을 오래 갖는다면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오늘도 나의 안녕을 돌보는 자연을 만나러 나선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4차산업혁명 U포럼 위원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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