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얼굴 ‘오존’
야누스의 얼굴 ‘오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2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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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Janus)’는 로마신화 속의 ‘두 얼굴을 가진 신’이다. 1월(January)의 어원이기도 한 야누스는 관문을 지키는 신으로, 사각(死角)이 없도록 앞과 뒤에 얼굴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시작과 끝, 과거와 미래, 시간과 공간 등 대립적 개념을 관장하는 신으로 그려진다. 이렇게 수호신과 같은 긍정적 특성을 가진 야누스는 중세를 거치면서 두 얼굴을 가진 특성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부적정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이중적 모습, 이중인격적 면모를 보이는 사람이나 단체를 이야기할 때 ‘야누스의 얼굴’이란 표현을 쓴다.

산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분자 오존(O3). 오존은 지구의 육상생태계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던 물질이고, 현재도 지상의 모든 생물이 생명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오존층’은 지상으로부터 11km 이상부터 성층권까지 고농도 오존이 밀집해서 존재하는 층을 의미한다. 이 오존층은 태양에서 뿜어내는, 생명 활동에 유해한 자외선을 흡수해 지상으로 전달되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그 덕에 지상의 생명체가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는 사실이 발견되고 프레온 가스로 대표되는 오존층 파괴물질들의 무분별한 사용이 그 원인으로 확인되자, 인류는 그런 물질들의 생산 및 사용을 금지하는 ‘몬트리올 의정서’를 체결하고 이를 이행하고 있다. 그만큼 오존은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대기오염과 관련된 뉴스들이 나오면서 오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농도 오존이 지상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데도 오염물질이라니? 게다가 뉴스에는 인체 위해성도 높다고 언급되고 있어 더욱 혼란스럽다. ‘LA스모그’는 런던스모그와 함께 대표적 대기오염 현상이다. LA스모그는 자동차 배기가스(질소산화물)와 다양한 곳에서 배출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대기 중에 축적되고 다시 광화학반응을 거쳐 오존을 비롯한 여러 산화물질이 고농도로 생성되면서 인체 및 재산상 피해를 가져온 대기오염 사건이기도 하다.

오존은 인체의 눈, 코와 같은 점막에 강한 자극을 주고 피부, 호흡기 등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며 강한 산화력으로 다양한 제품을 부식시키지만 낮은 농도의 오존은 살균작용을 한다. 교외의 새벽공기가 상쾌한 것은 저농도로 존재하는 오존 때문이다. 하지만 그 농도가 높으면 건강과 재산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 고농도의 오존이 발생하면 주의보와 경보를 차례로 발령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농도가 더 높아지지 않도록 다양한 조치를 시행한다. 성층권의 고농도 오존은 모든 생명체를 지켜주는 방패 역할을 하지만, 지상의 고농도 오존은 생명체의 건강을 파괴하고 재산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중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오존의 농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고농도 오존 발생빈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현상은 어느 한 지역만이 아닌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고, 우리 울산도 예외는 아니다. 오존의 농도와 고농도 오존 발생사례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후변화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평균기온 상승은 오존을 생성시키는 전구물질의 하나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과 오존의 생성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게 된다. 인류가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변화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오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어할 수 있는 전구물질의 배출 저감과 고농도 발생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 이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전구물질의 배출관리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 저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과학적 배출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우리 울산은 석유화학단지, 자동차 및 선박 도장시설과 같은 대규모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원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이들의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고농도 오존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이려면 오존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또 고농도 오존 발생 시 시민들에게 정보를 빠르게 전파하고, 피해 최소화 행동수칙도 같이 전달해 피해를 줄일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마영일 울산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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