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수산물 소비촉진, 진정성이 열쇠
국내산 수산물 소비촉진, 진정성이 열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2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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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전후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일본산 수산물에 불신만이 아니다. 국내산 수산물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져 있다. 하지만 이 불신감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아 걱정이고, 정부와 지자체가 온갖 지혜를 다 짜내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미 내놓았거나 앞으로 내놓을 대안은 △방사능 검사 강화와 △소비촉진 행사·캠페인 △수입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단속 강화 △어민피해 지원 그리고 △대국민 홍보 활동 강화로 간추릴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민감하고 중차대한 사안을 내년 4월 총선용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일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우려를 키운다. ‘재(齋)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격이다.

‘연출된 행동보다 진솔한 대화와 소통’

국내산 수산물의 소비 위축은 우리 어민과 유통업 종사자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되는 백해무익한 현상이다. 그러기에 이런 시점, 어민과 국민에게 보여줄 것은 ‘연출된 보여주기식 행동’이 아닌, ‘진솔하고 투명한 대화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범국민적 협력을 구하는 것이 바른길이라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낮 대통령실에서 국내산 수산물 요리를 점심 반찬으로 들었다. 같은 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수산물 소비 및 어촌·바다 휴가 활성화 챌린지’에 동참했다. 두 분의 저명인사가 한 일은 모두 고맙고 시의적절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이처럼 의도된 행위가 사태를 단박에 호전시켜 우리 어민과 국민의 주름살을 펴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어민·국민의 심금을 울릴 정도의 연출은 아니었던 탓이다. 정작 필요한 것은 일부 지자체나 상인단체의 대책에서 찾을 수도 있다. 전남도와 대구 일각에서 그런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매천동 수산물시장, 방사능 직접 측정’

전남도는 시름에 빠진 어업인들을 돕기 위해 예비비 20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다음달 1~30일 온라인 쇼핑몰 ‘남도장터’(www.jnmall.kr)에서 열리는 ‘수산물 상생 할인 대전’을 위한 할인으로 줄어들 어업인들의 이익을 예비비로 채워주겠다는 뜻이다. 오염수 방류 여파로 어업인 피해가 커지면 정부에 국비 지원도 요청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구시 북구 매천동 수산물시장 도매인연합회 관계자는 28일 방사능 측정기를 직접 들고 다니며 방사능 검사에 나섰다.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데는 이만한 것도 없다는 판단에서 그랬을 것이다. 이날 오전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시장 곳곳을 돌아다닌 연합회 관계자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손님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장사에 도움이 될 것 아닙니까?”

‘바닷속 방사성물질, 미래세대엔 재앙’

정부와 정치권은 어민과 국민 앞에 지금까지보다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태평양 연안을 돌아서 한반도 해안으로 돌아오는 데는 수개월 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우리 연안 어장에 방사성물질 피해가 당장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되는 설명이다.

바꿔 말해, 정작 우려되는 것은 태평양에서 잡히는 어류 등 수산물이 수년 혹은 수십 년 후 인체에 끼치게 될 좋지 않은 영향이라고 본다. 우리의 식탁에 올라올 바닷고기가 수중 먹이사슬을 통해 잡아먹은 수산물 속에 후쿠시마원전의 방사성물질이 미세플라스틱처럼 녹아들지 않는다는 보장을 누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사태, 총선용 활용은 금물’

정부와 지자체는 이 점, 우리 국민이면 누구라도 알 수 있게 홍보할 책무가 있다고 본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알려야만 하는 이유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들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소지가 다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와 지자체는 수입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참돔과 멍게, 가리비 등을 조사·단속할 때 원산지 표시, 방사능 함유 여부만 추적할 게 아니라 항생제 과다투여 여부도 같이 추적할 것을 권유한다. 일본 어민들이 수출용 수산물 양식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양의 항생제를 뿌린다는 소문이 자자한 탓이다.

거듭 당부하건대,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차기 국내 총선용으로 활용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이는 여도 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바탕 위에 어민과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호소할 때 국내산 수산물의 소비촉진은 예식장의 답례품처럼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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