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예방 ① 모기
감염병 예방 ① 모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27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대한민국 해안에도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상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 바다에서 즐겁게 물놀이하던 중 서서히 다가오는 검은 지느러미를 생각하면 확실히 무서울 만하다. 그런데 사실 전 세계를 통틀어 상어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일 년에 열 명도 되지 않는다. 바다에서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생물은 훨씬 보잘것없어 보이는 해파리로 일 년에 150~300명의 사람이 쏘여 죽는다. 이처럼 상상과 실제 위협의 정도가 다른 것은 육지 생물도 마찬가지로 일 년에 사자에게 물려 죽는 사람은 전 세계에 100명도 안 되지만 개에 물려 죽는 사람은 2만 5천 명이나 된다.

그러면 지구 전체에서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생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연평균 72만 5천 명을 죽이는 모기다. 물론 사자와 달리 모기에게 물린 것 자체로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니다. 모기에게 물릴 때 감염될 수 있는 말라리아, 필라리아, 황열병, 뎅기열, 서나일열, 일본뇌염, 지카바이러스 등 23가지의 치명적 질병들이 문제인 것이다. 특히 말라리아는 대표적 모기 매개 질환으로 열대 지방에서나 걸린다는 인식과 달리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감염 사례도 있으나 대부분 북한에서 창궐한 말라리아가 휴전선 지역 주민과 군인들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들로, 이 때문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말라리아 발생률 1위를 기록 중이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 중 말라리아 하나 만으로도 2021년에만 62만 명이 사망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2억 5천만 명 이상이 감염되어 있으며, 인류 탄생 이래 30억 명 이상을 죽인 것으로 추정한다. 그 독한 천연두도 10억 명을 죽인 후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 말라리아는 어째서 이렇게 오랫동안 독하게 인류를 괴롭힐 수 있는 걸까?

‘말라리아’는 하나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아닌 모기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여러 종류의 말라리아 원충(기생충)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을 통칭한다. 바이러스건 박테리아건 기생충이건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들어온 병원체들은 숙주 즉 인간이 살아있어야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사율을 낮추고 전염력을 높이도록 진화하는 경향이 있다. COVID-19(코로나19)의 치사율이 낮아지면서 전염력은 높아졌던 것 역시 같은 이치다.

그런데 말라리아 원충의 경우 중간 숙주인 모기가 있어 인간은 이들 원충에게 증식 장소일 뿐 다시 모기에게 돌아가기만 하면 생존과 증식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숙주인 인간의 치사율을 낮추는 방향보다 오히려 빠른 증식을 위해 숙주에게 더욱 치명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인간과 모기 사이를 오가며 수정체-포자소체-분열소체-배우자세포 등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바꾸는 말라리아 원충의 복잡한 생애 주기 때문에 백신 개발 역시 무척 어렵다. 또 말라리아 원충들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달리 표면의 단백질을 변경해 숙주의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능력까지 있다. 수두나 홍역 등 여러 감염병이 한번 걸리면 면역을 얻는 것과 달리 말라리아는 한번 걸린 사람도 계속 재감염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지난 백년간 수많은 학자들이 노력했음에도 세계보건기구의 승인을 받은 말라리아 백신이 2021년에야 처음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나마 4번의 접종을 해야 예방률 39%, 중증 예방률 29%다. 더구나 말라리아 원충은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만 5종이며 침팬지, 고릴라 등을 감염시키며 100종 이상으로 분화했기에 백신을 무력화시킬 신종이 언제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말라리아 백신 연구는 계속되고 있어도 최소한 이번 여름에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은 조금은 원시적인 방법일 것이다.

첫 번째는 당연히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다. 모기가 활동하는 오후와 저녁 시간에는 가급적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긴 소매 옷과 바지를 입고, 모기 기피제 등의 제품을 사용하자.

두 번째는 모기를 없애는 것이다. 모기는 물이 모인 곳에서 번식하며 정원이나 화단의 물기가 쌓인 곳은 물론 화장실이나 싱크대에도 기회만 있으면 알을 낳으므로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물기를 말리자.

마지막은, 지역사회 차원의 협력이다. 이렇게 모기와 말라리아의 위험에 대해 알리고 여러 구성원의 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강동윤 울산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