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직’
‘조용한 사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2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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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은 ‘실제 퇴사하진 않지만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는 업무관’을 의미한다.

과거 ‘열정페이’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과 달리 일을 대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크게 바뀌었다는 신조어다.

MZ세대 직장인들이 만들어낸 ‘조용한 사직’은 사실상 예전부터 40~50대 직장인들에게 빈번했다. 최근 채용플랫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월급 받는만큼 일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10명 중 7명이었다.

가족 부양이나 사회적 지위 등으로 직장을 나갈 수 힘든 상황에서, 갖가지 이유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낮아졌기 때문이다. 번아웃 증후군,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일에 대한 흥미 저하도 원인이지만, 직장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거나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을 때, 회사의 임무와 단절됐다고 느끼거나 직장 상사를 포함한 구성원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면서 ‘월급’만큼만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부정적인 의미이나 무조건적으로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열심히 노력해도 그만큼의 보상을 받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조용한 사직’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버티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조용한 사직’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는 ‘조용한 해고’(Quiet Firing)로 나타난다.

회사 관리자가 직원에게 커리어 발전 기회를 제공하지 않거나, 핵심 업무를 다른 직원에게 맡기거나, 비합리적인 성과 목표를 제시해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나가게 만드는 식이다. 인성을 거론하며 구성원들 앞에서 모욕을 주기도 한다.

‘조용하다’는 것 외에 이 둘은 위해성 측면에서 강력한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일만 하겠다는 직원이나, 직원이 제 발로 관둘 때까지 고의로 방치하는 관리자나 조직 전체의 성과와 문화를 파괴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로 ‘누가 더 잘 버티나 보자’는 식의 힘겨루기는 모두 죽을 수 있는 ‘치킨 게임’일 뿐이다. 직장은 서로 힘겨루기가 아닌 ‘성과 창출을 위한 게임’을 해야 하는 곳이다.

조용한 퇴직 움직임을 다룰 새로운 경영 방식이 필요해지고 있다. 더 많은 의사 소통, 직무 요구 사항에 대한 더 구체화된 기준, 내부 경력 개발 및 발전에 대한 더 많은 기회 제공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직장인의 동기를 일으키는 내적 보상이다. 인사담당자는 동기를 자극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찾고 ‘조용한 사직’ 문화를 오히려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직장에 입사하면서 ‘난 ‘조용한 사직’을 할 거야’ 라고 다짐하는 직원은 없다. 기업은 인재를 유치하고 어떻게 남아있게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다른 이야기일 순 있지만, 지난 23일 울산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송철호 시장 임기가 끝나기 직전 임명된 이사장은 지방정권이 바뀌고 난 뒤에도 1년여간 ‘조용한 사직’을 하며 ‘조용한 해고’에 버텼지만, 결국 해임될 위기에 처했다. 불명예스럽게 해임되기 전에 타 기관장들처럼 왜 먼저 나갈 용기를 갖지 않았는지 아쉽기도 하다.

공사기업을 막론하고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조용한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임명권자나 상사가 바뀌거나 경영악화 등 외부요인이 더 많이 작용한다. 씁쓸하다.

정재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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