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가을 수학여행, 취소는 막아야
초등학교 가을 수학여행, 취소는 막아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2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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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초등학교의 수학여행이 무더기로 취소되나?”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까 조바심내는 학교가 차츰 늘어날 전망이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전세버스 업계의 발을 묶으면서 초등 수학여행 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점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먼저 지적했다. 강원교육청은 22일 긴급 브리핑 자리에서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현장체험학습 등 비정기 운행 차량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돼 올가을 초등학교 수학여행 운영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법제처는 지난해 10월 도로교통법 제2조 제23호와 관련, “비상시적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의 이동은 ‘어린이의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자 경찰청이 다음 카드를 뽑았다.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등 비정기적 운행 차량도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며 지난달 말 교육부와 전세버스조합연합회 등에 규정 준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강원교육청은 법제처의 해석과 이에 따른 지침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본다. 지침에 맞는 차량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데다 어린이통학버스에는 성가신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전세버스를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하려면 △차량 전체를 노란색으로 칠하고 △‘어린이 탑승’ 안내 표지를 설치하며 △어린이 체형에 맞춘 안전띠를 갖추고 △운전자는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규정을 모두 지키려면 비용이 버스 1대당 500만원이 넘게 든다는 게 전세버스 업계의 하소연이다. 게다가 ‘어린이통학버스’로 신고한 차량은 성인에게 통근이나 관광 용도로 빌려줄 수 없다. 업계에서 영업 손실을 이유로 개조를 꺼리는 이유다. 강원교육청이 두 기관의 조치를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린이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계도 기간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지침에 수학여행을 죄다 취소해야 할 판이다. 법 개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강원교육청 관계자의 말이다. 법제처의 설명대로 관련법의 취지는 ‘교통사고 위험에서 어린이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도 현실과 등을 진다면 사문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단독보도’한 매일신문은 20일 기사에서 경북전세버스조합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이론적으로 내놓은 탁상행정이다. 전세버스에 어린이를 태운 때는 최대 시속 80㎞로만 주행하는 등 실현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 달라.”

경찰청과 국토교통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전세버스연합회 등은 이달 초부터 수차례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뾰족한 답은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초등학생들이 가을 수학여행을 무더기로 가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실현 가능한 방법’을 서둘러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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