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 장기요양서비스를 통한 ‘재택 돌봄’
-280- 장기요양서비스를 통한 ‘재택 돌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1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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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운영하는 센터에서는 매달 어르신 생신잔치를 열어드린다. 최근 생신잔치 현수막에 ‘건강하게 백세 인생’이란 글을 보시곤, 한 어르신께서 “백 살까지만 살고 죽으란 말이가~!” 하고 역정을 내신다. 아차 싶어 얼른 현수막 문구를 바꿨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환갑을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60세 생신을 축하하는 환갑잔치를 거하게 열었다. 하지만 요즘은 70이 넘는 나이에도 노인정에서는 막내 취급을 받아, “가면 심부름해야 한다”며 노인정을 안 가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국내 고령화가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증가속도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현재 치매환자는 15분에 1명꼴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 25개 가구 중 한집에 치매환자가 있다면, 30년 후에는 5가구 중 하나가 된다. 치매는 초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여 조기 치료가 잘 되면, 최소 3년 이상 악화를 지연하고 시설 입소 시기도 2년 이상 늦출 수가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가족 간 만남도 쉽지 않았을뿐더러, 독립된 생활을 선호하고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보편화 돼, 부모와 자녀가 분리돼 생활하는 가정이 증가하다 보니 치매 조기발견이 쉽지 않다. 또한, 실제로 치매 어르신을 종일 가정에서 돌보기도 쉽지 않다. 장기전으로 이어지는 시간과의 싸움에 가족은 심리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고, 이는 가족 간에 불화를 야기한다. 그러나 요양병원 등의 시설케어에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간병 비용의 과다한 소모 또한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2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900만명을 넘어섰으며, 2026년이면 국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에 해당하는 초고령 시대에 접어든다. 이에 ‘어르신 돌봄’ 관련 사회적, 제도적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초고령화와 함께 ‘커뮤니티 케어’가 자주 언급된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라고도 부른다. 돌봄 불안 해소를 위해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자체 단위로 주거,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개선해 운영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보다 10년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이 현재까지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은 삶이 익숙한 지역에서 주변 사람과의 연대감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생활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식사 준비 같은 제도적 돌봄은 물론 이웃 주민의 방문이나 문안 인사 등으로 일상까지 폭넓게 도움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은 정부의 ‘장기요양급여’다.

하지만 장기요양등급 요건 제한 등 넘어야 할 문턱이 아주 높다.?실제로 요양등급 기준에 부합하는 노인은 전체 고령 인구 중 약 10%에 불과하다.?또한, 장기요양등급을 받기 이전,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어르신들의 안전확보가 시급하다.

문제는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 수지가 이미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은 장기요양서비스를 통한 ‘재택 돌봄’이다. 노인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건강한 생활문화 공간이 되어주는 ‘재택?돌봄’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우리 부모님이 삶을 영위하는 동안,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상생활을 보내도록 돕는 게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닐까? 장기요양서비스를 통한 어르신 돌봄에 보호자와 어르신 모두 만족하는 행복한 동행(同行)이 되기를 오늘도 간절히 소망한다.

이경아 울산정주간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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