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 소설 (범도)
평전 (민족의 장군 홍범도), 소설 (범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1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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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3년 전에 발표됐던 <테스형>이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이다. 요즘 들어 부쩍 ‘세상이 왜 이래…’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양평 고속도로, 세계 잼버리, 교사의 교내 자살, 묻지 마 칼부림….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세상이 왜 이래’의 핵심은 정치권 뉴스 때문이다. 지지리도 못하면서 패거리에 매몰된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 이즈음에 나는 세상사 다 제치고 소설 <범도>에 푹 빠졌다.

지금은 평전인 <민족의 장군 홍범도>를 읽고 있다. 지난 삼일절 즈음에 시인 이동순이 썼는데, 분량이 많아서 숨을 골라가며 짬짬이 읽고 있다. 20여 년 동안 민족서사시집인 <홍범도> 10권을 장군에게 헌정한 지 20년 만에 나왔다. 그가 40년 이상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홍범도 장군을 특유의 필법으로 집대성한 것이다. 이동순은 역사성과 문학성이 일치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며, 김천지역에서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 이명균의 손자이기도 하다.

2년 전 광복절에 장군의 유해를 한국으로 모셔왔다. 고국을 떠난 지 100년 만에야 유랑자 처지를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장군이 서거하신 지 80주년이 된다. 이에 이동순 시인은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1867~1943) 장군의 일대기를 담은 <민족의 장군 홍범도>을 펴냈고, 방현석 소설가는 <범도>를 발표했다. 나는 3년 전에 김삼웅의 <홍범도 평전>을 읽고 글을 쓴 바 있지만 이런 이유로 인하여 다시 장군을 톺아보고자 한다.

시인은 어린 시절에 조부의 일대기를 들으며 자란 것이 문학적 바탕이라고 말한다. 어른들의 회고담, 유품과 서찰, 옛 신문기사를 읽으며 가치관을 정립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30대부터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일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장군은 1905년부터 26년간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았던 전설의 명장이다. 조선 최고의 저격수였던 장군은 마지막 전투가 된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를 대승으로 이끌어서 위대한 민족의 장군이 되었다.

소설가 방현석의 홍범도 실명소설, <범도>도 역작이다. 13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서 세상에 나왔다. 주인공은 조실부모하여 어린 나이에 군대 나팔수를 하다가 불의에 항거하고 몸을 숨기고 산포수생활을 했다. 그 뒤로는 동료 포수들과 함께 격렬하고 뜨거운 항일무장투쟁을 줄기차게 펼쳤다. 작가가 고향, 울산 농소 후배라는 점도 있지만 나의 가장 큰 관심은 막강의 침략자 일본에게 어떻게 저항해나갈 용기와 투지가 발현됐는지에 있다.

<범도>는 실명소설이지만 소설은 소설이다. 가공인물들의 등장과 인연을 엮어내는 재주는 가히 일품이었고, 책을 읽는 내내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하게 했다. ‘상권’에서는 총 한 자루로 외세에 맞선 장군의 불꽃 같은 생애를 그리고 있다. 장군의 초기 활동은 단독으로 자기 앞에 펼쳐지는 불의에 대한 일격필살의 스나이퍼(저격수)였다. ‘하권’에서는 시대의 절망을 저격하면서 불사조처럼 살아남아 조선독립군 총사령관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장군의 대화록 일부를 되새겨 보자. “우리는 낫과 죽창을 들고 일어났던 농민군과 다르오. 하인을 데리고 다니며 행세하던 양반들의 의병과도 전혀 다르오. 가진 총알의 숫자만큼 적을 잡는 것이 바로 우리 포수들이오.”, “그러니 끝내 우리 이깁시다. 대한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오늘 우리는 죽을 수는 있어도 져서는 아니 될 독립전쟁의 첫 번째 대회전을 벌이고 있소. 반드시 이겨서, 지울 수 없는 승리의 이정표를 이 봉오동에 새겨두어야 하오.”

봉오동과 청산리에서 참패한 일본군이 악랄한 보복을 시작하자 독립군들은 연해주로 옮겨갔다. 그러나 무장을 용인치 않는 스탈린 때문에 일부는 다시 만주로 떠났고, 장군은 그곳에 남았다. 후일을 도모하려던 장군의 의지는 스탈린의 정책에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를 당하면서 무산됐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크게 성장했으나 시대의 과제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정치는 국민 걱정 제1호라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정호 수필가·전 울산교육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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