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관련 연구성과는 충분한가?
광복회 관련 연구성과는 충분한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1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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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광복회 총사령 고헌 박상진 의사 추모사업회’가 최근 고헌 관련 사료들을 새로 발굴했다. 그 가운데 여류시인이자 일본 여성사학(女性史學)의 창설자라 불리는 다카무레 이쓰에(高群逸枝)의 시(詩)에 고헌과 고헌의 생부(生父) 박시규(朴時奎)공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다카무레가 1925년 발표한 장편시 ‘도쿄는 열병에 걸려 있다(東京は熱病にかかっている)’의 25편 가운데 제3편 ‘오수시의 제도(午睡時の帝都)’는 사형을 당한 고헌과 일본 내각을 상대로 아들의 구명운동을 펼쳤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박시규공의 얘기를 주제로 일본 정부를 힐난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오수(午睡)는 낮잠이라는 뜻이다. 제목에서부터 일본의 제국주의 행태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1920년대 일본은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라 불리는 자유주의 사조가 활기를 띠었던 시기였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제국주의로 치닫는 일본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때였다.다카무레도 그때는 그런 대열에 섰던 지식인이다.

고헌의 사형이 집행된 것은 1921년이었다. 3·1운동 직후였다. 한반도뿐 아니라 만주지역에서까지 방방곡곡에서 이루어졌던 조선의 독립선언 운동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그럴 때 조선의 독립운동가에게 강도, 살인 등의 죄명을 씌워 사형을 집행한 사실은 일본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높았다는 것을 이 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고헌과 광복회가 벌였던 독립운동의 가치에 대해 주목했다. 이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과 영향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고헌과 광복회에 관한 연구를 전담할 기관이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 시가 실려 있는 시집은 일본 국회도서관이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지금에야 국내에 알려졌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 연구가 제한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울산시는 고헌의 서훈등급 상향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축적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서훈 상향 주장을 펴는 것이 합당한 순서다. 이제 울산시가 주도적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할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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