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보다 정으로!”
“핏줄보다 정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8.1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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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울산큰애기‘베트남계’44% 최다
국제결혼으로 울산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결혼이민자(=다문화가족)의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울산시 조사에 따르면 지지난해 6월말 1,448명, 지난해 10월말 2,185명에 이어 올해 2월말에는 2,288명에 이른다.

울산제일일보는 이들 다문화가족들이 우리 사회에 빠르고 건강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따뜻한 시선으로 한 가족처럼 배려하자는 뜻에서, “핏줄보다 정으로!”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기획지면 <다문화가족>을 새로 꾸민다.

지면에는, 울산시와 구·군의 다문화가족 시책, 다문화가족들을 돕고 보살피는 기관·단체와 개인들의 온기와 함께 다문화가족들의 정감 있는 이야기도 담을 것이다.

관심의 대상에는 결혼이민자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같은 문화적·사회적 소외계층도 포함될 것이다. 이들이 더 이상 ‘남’이 아니라, 같은 하늘 아래 같이 호흡하며 살아가는 똑같은 울산시민들이기 때문이다.

2월말 33개 민족 2,288명 여성 93.4%

출신국가 동남아에서 러시아 남미까지

국제결혼으로 ‘울산큰애기’가 된 여성은 어느 나라 출신이 가장 많을까? 답은 43.8%를 차지한 ‘베트남계’로 나왔다. 베트남계는 2005년을 기점으로 중국계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울산시 여성가족청소년과 지영희 가족정책담당의 주제발표 ‘울산광역시 다문화가족 지원 현황 및 발전방안’(09.7.16)에 따르면, 울산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 수는 2009년 2월말 현재 33개 민족 출신 2,288명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여성이 93.4%(2,137명)로 6.6%(151명)의 남성을 큰 차이로 압도했다.

특히, 출신국가별로는 베트남이 1,003명(43.8%)으로 가장 많고 ‘한국계 중국’ 469명(20.5%)과 중국 386명(16.9%)을 합쳐 ‘중국계’가 855명으로 37.4%를 차지했고, 필리핀 100명(4.4%)이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캄보디아를 비롯해 몽골, 일본, 우즈베키스탄, 태국, 미국, 캐나다, 러시아가 66명에서 10명까지 두 자릿수로 집계됐다.

지영희 가족정책담당은 특이사항으로 중국계와 베트남계의 역전 현상을 손꼽았다.

즉 2004년까지는 중국계(한국계 중국인 포함)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2005년부터는 베트남계가 중국계를 앞지르고 있으며, 출신국가도 동남아시아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러시아, 남아메리카 등지로 그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

나이별로는 20~29세가 1,299명(56.8%)으로 가장 많고, 30~39세가 508명(22.2%)으로 두 번째였으며, 그 다음이 40~49세 345명(15.1%), 50세 이상 106명(4.6%), 20세 미만 30명(1.3%) 순으로 나타났다.

구·군별로는 남구(558명/24.4%)와 중구(545명/23.8%), 울주군(507명/22.2%)이 500명 이상으로 비슷한 분포를 보였고 동구(375명/16.4%)와 북구(303명/13.2%)가 그 뒤를 이었다.

/ 김정주 기자

65% “국제결혼 달갑지 않다’

울산시민들은 국제결혼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 65.2%, “거부감이 없다” 34.8%의 반응을 보여 아직까지는 국제결혼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울산시는 지난 6월 23-26일 나흘 동안 191개 조사구의 3,280가구에 사는 15세 이상 가구원 8,600여 명을 대상으로 ‘2009 울산 시민생활수준 및 의식 조사’를 벌였다. 조사는 임시로 채용한 조사원이 대상이 되는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서 면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8개 부문의 조사항목 중 ‘국제결혼에 대한 시민의식’ 항목에서 조사대상자들은 자신이나 자녀가 국제결혼을 하는 것에 대해 “아주 거부감이 든다” 18.4%, “다소 거부감이 든다” 46.8%, “별로 거부감이 없다” 28.4%, “전혀 거부감이 없다” 6.4%로 답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거부감이 든다” 65.2%, “거부감이 없다” 34.8%로 국제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30.4%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이 항목은 올해 처음 신설한 것으로 2008년이나 2007년의 경향을 알 수 없어 상대적 비교는 불가능하다. 다만, 울산에 둥지를 트는 결혼이민자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점으로 미루어 국제결혼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의식은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한편 ‘결혼 적정시기’로는 ‘26-30세’가 71.2%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 ‘31-35세’ 23.2%, ‘21-25세’ 4.5%, ‘36세 이후’ 0.8%, ‘20세 이전’ 0.3%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30세 안팎이 되는 ‘26-35세’가 무려 94.4%로 집계돼 조혼(早婚) 경향은 이미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상적인 자녀 수’에 대한 물음에는 ‘2명’이 63.9%로 가장 높았고 ‘3명’ 21.0%, ‘1명’ 11.3%, ‘4명’ 3.0%, ‘5명 이상’ 0.8%가 그 뒤를 이었다. 결국 ‘2-3명’이 84.9%로 높게 나타나 ‘아이를 적게 낳겠다’는 저출산(低出産) 풍조는 정부 시책 여하에 따라 말끔히 지울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게 했다.

저출산 원인으로는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커서”가 69.8%로 가장 높았고, “가정경제가 어렵고 직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21.1%, “자녀 출산·양육에 구속받기 싫어서” 8.1% “불임이 늘어서” 0.6%의 순으로 조사됐다. 종합하면 90.9%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효율적인 출산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육아비용 전액 지원’이 36.5%, ‘무료 보육시설 운영’과 ‘육아휴직제 확대·보완’이 각각 16.0%로 나타났다.

/ 김정주 기자

다문화가족 지원사업 본격화

다문화가족의 조기 사회적응과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돕기 위한 ‘2009 다문화가족 사회통합지원사업’이 펼쳐진다.

울산시는 다문화가족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관련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공모 신청을 받기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을 13일 시 공보와 시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공고에 따르면, 지원 대상 사업은 ·한국어 교육사업 ·다문화사업 이해 교육사업 ·가족 교육사업 ·다문화 인식 개선사업 등이다.

신청은 8월 14일부터 24일까지 울산시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다음 여성가족청소년과(229-3472)를 직접 찾아가 접수시키면 된다.

신청 자격은 공익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법인 또는 단체, 최근 2년 이상 다문화 관련 공익활동 실적이 있는 단체 등이다.

사업대상 선정은 사업비 사용 목적의 적정성, 타당성, 사업수행 능력, 자부담 비율 적정성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지원액은 선정된 기관·단체당 400만원 이내이며, 사업 시행은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이다.

울산시 여성가족청소년과 관계자는 ‘이번 공모사업으로 그동안 다문화가족 업무를 현장에서 열심히 추진해 온 기관·단체의 사원을 지원함으로써 다문화가족 사업 활성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이상문 기자

이달말까지 다문화가족 실태 전수조사

이달 말을 기한으로 지난달 20일 시작한 제1회 다문화가족 실태 전수조사가 전국 15만 3천명을 대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복지부, 법무부, 여성부 등 3개 정부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이번 전수조사는 다문화가족의 실태를 조사·분석해서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통계자료를 확보하고 사각지대도 파악하겠다는 것이 그 취지.

조사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적이 있거나 혼인관계에 있는 결혼이민자(국적 미취득자 포함)로 그 수는 약 15만 3천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처별 세부과제로 복지부는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법무부는 ·다문화가족 사화통합도 측정, 여성부는 ·결혼이민자 취업 지원을 위한 실태조사를 각각 수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조사원이 다문화가정을 직접 방문한 가운데 응답자가 자기기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응답자의 출신 국가가 다양한 점을 감안해 조사표는 중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러시아어, 따갈로그어(필리핀어), 캄보디아어, 태국어까지 포함, 모두 10개 국어로 번역된 것이 특징.

정부는 8월말 전수조사가 끝나는 대로 9-11월 사이 자료 입력과 결과 분석을 거친 다음 11월 국제심포지엄을 한 차례 열고, 12월 중에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계획이다. / 김경진 기자

6살 아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박설령 (26·주부·울산시 남구 신정동)

저는 중국 길림성에서 살다가 6년 전 결혼이민자로 울산에 온 20대 여성입니다.

한국에 갓 왔을 땐 한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소통이 쉽지 않았습니다. 문화며 생각에는 비슷한 점이 있었지만 다른 느낌, 두렵고 신기한 눈빛으로 이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혼자라는 느낌에 외로움을 많이 탔습니다. 하지만 한국 어머님들이 워낙 정이 많아서 다독여 주고 관심을 주시니 금방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도 있고 남편과 알콩달콩 살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3년 전 갑자기 찾아온 사건은 저를 절망의 언덕으로 몰아세웠습니다. 남편이 갑작스런 병사로 3살밖에 안된 아들과 장애를 지닌 저만 남기고 천국으로 먼저 떠나 버린 일이었습니다.

그땐 억장이 무너지고 원망과 배신감으로 마음의 상처는 깊어만 갔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아들과 생활을 이어가야 했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주위에 정보를 알 수 있는 경로가 없다 보니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남구복지회관에서 정보교육을 무료로 받게 되면서 이런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취직에 대한 정보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우연히 검정고시 학원에서 고등교육까지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와 생활한 지도 어언 3년이 되어 가고, 아이가 이제 6살인데 가정도 적절히 돌볼 수 있는 일거리를 찾기란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외국이주민에 대한 취직에 대한 좋은 정보들을 빨리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또 갖고 있는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도 걸어 봅니다. 취직 후에 내국인과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대우 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지만 작지 않은, 크지만 크지 않은 이 의견에 조금만 귀 기울여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안고 대한민국의 인정 많은 분들 덕분에 오늘도 즐겁고 활기찬 하루를 시작합니다.

‘따뜻한 얼굴, 이주여성과 만나자’

이정희 (울산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한 여성들을 울산여성의전화에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이 2005년으로 기억된다. ‘따뜻한 얼굴, 이주여성과 만나자’란 슬로건으로 울산지역의 이주여성실태조사 심포지엄과 활동가양성교육 및 워크숍 등을 진행했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다문화(多文化)’라는 말이 생소할 뿐 아니라 언제 어디를 가야 그들(평소에 나는 이주여성들을 ‘친구들’이라 부른다.)을 만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이라 많이 갑갑했다.

한 해 두 해를 지내면서 만나게 된 그들과 안타까워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보냈던 시간이 달리 와 닿는 것은 따뜻한 얼굴들과의 진실한 만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만남이란 것이 소통하고, 나누고, 끈끈한 연대 속에서 피어나는 소중한 개화(開花)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2000년 이후 급속하게 증가된 다문화가 1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무척이나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관련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 활동가로서 많은 물음과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울산여성의전화에서 다문화사업(국제결혼을 통한 이주여성 사업)을 시작할 땐 좋은 점, 긍정적인 내용을 충실히 담아내고 지역에 알리려는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국제결혼을 하는 당사자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부정적일 때라 이주여성은 물론이거니와 다문화가정을 보는 시선이 단체의 특성상(여성의전화는 여성인권단체이자, 가정폭력피해자를 돕는 활동을 주로 한다.) 혹여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질까 내심 조심스러웠다. 물론 지금도 다문화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가정에서 문화의 차이와 소통의 문제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이 훨씬 더 많음은 인정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안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 먼 이국으로 결혼을 결심해 온 이주여성들이라 본다. 국제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현실과 나라별 문화의 차이를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는 그들에게 여전히 더 많은 관심과 격려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당당한 여성으로 설 수 있도록 내공(內功)을 세우는 것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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