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 원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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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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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버려졌다

양심은 심장병으로 죽었다

이제 그에게 양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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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정 작가의 디카시를 읽으며, 풀숲에 버려진 담뱃갑에 쓰인 심장병이 가슴을 콕 찌르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누군가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대수롭지 않게 나쁜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공자는 신독(愼獨)이라는 말로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난 일을 삼가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는 나쁜 행동을 해도 누가 보지 않았기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혼자만의 방패를 들고 서 있는 것과 같다.

물론 어떤 이는 타인이 보고 있을 때도 개의치 않고 잘못을 저지르는 아주 몰상식한 사람도 있다.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이 떠돌았던 적이 있다.

목욕탕에 화재가 발생해 속옷을 입지 않고 나오면 사람들은 어디를 가리고 나올까?

남자들은 아래만 가리면 된다고 말하고 여자들은 아래와 위를 다 가려야 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중에 이러한 답변이 나온 적이 있다.

눈을 가리고 나오면 된다고 타인의 시선을 느끼지 않는다면 부끄럽지 않다는 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명쾌한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답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만 눈감으면 부끄럽고 잘못된 일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여기서 공자의 신독이라는 말이 다시 한번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고 참되고 바르게 살 수 있을 때 비로소 한 사람이 인간으로 성숙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원서정 작가는 풀숲에 버려진 담뱃갑의 심장병 경고 문구를 보고 한 편의 디카시를 완성했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심장병을 일으키지만, 버려진 양심은 당신의 심장을 미리 죽게 했다고 말한다.

홀로 있을 때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 어쩌면 당신의 심장을 지키는 일인지 모를 일이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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