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 ‘환경’이라 쓰고 ‘경제’ 라고 읽는다
-279- ‘환경’이라 쓰고 ‘경제’ 라고 읽는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0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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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33년간의 사회경험을 통해 경제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환경을 보았다. 1989년 1월에 발효된 ‘몬트리올 의정서’로 첫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지수(ODP)가 높은 물질의 생산, 사용을 감축 및 금지하자는 내용으로, 1993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부터 잘 진행되고 있었다. 선진국들은 이미 ODP가 ‘0’에 가까운 대체 프레온을 개발하여 상업화했고, 세계 특허권 역시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듀폰의 프레온 특허권이 1992년 12월 31일로 만료되었다.

몬트리올 의정서의 근간이 되는 기술보고서는 프레온가스가 오존을 파괴하는 반응 메커니즘 11가지를 실험실에서 입증한 보고서로 채택했다. 그 당시에는 프레온가스가 성층권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산계수를 적용한 이론적인 확산을 계산한 보고서였다. 우리나라도 프레온가스를 제조하던 업체가 있었는데, 몬트리올 의정서에 입각하여 다시 로열티를 주고 대체 프레온으로 생산체제를 바꾼 것으로 기억한다. 특허 만료로 후진국들은 로열티 없이 프레온가스를 제조할 기회가 왔는데, 규제로 인해 제조 감축과 금지로 이어지게 되었다.

필자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두 번째 만난 규제가 ‘교토 의정서’다. 교토 의정서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은 물질의 생산, 사용을 감축 및 금지하자는 내용이다. 일부 선진국에서 특허와 제조를 독점하고 있어 잘 진행되지 않다가, GWP가 ‘0’에 가까운 물질의 특허와 상업화가 진행된 후 지구온난화에 대한 규제가 현재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 만난 규제는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다. 2007년 6월 1일 EU에서 만든 법규로, 유럽 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은 사용 전에 사전등록과 평가, 승인을 얻은 후 생산, 수입, 사용하자는 법규다. 이는 엄청난 무역장벽이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는 약 180여 개 국가에 폴리우레탄 원료를 직간접으로 수출했다. 당연히 유럽 국가들에 수출하고 있었고 이런 내용이 있다고 보고하니, 대응방안을 수립해 대처하라는 오더가 떨어졌다.

필자는 기획팀, 환경팀, 영업팀, 연구소의 몇 명을 차출하여 테스크포스팀을 만들고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과 협업으로 사전등록을 한 기억이 난다. 우리 팀에겐 ‘발등의 불’이었는데, 환경부 REACH 담당팀은 상황보고 등으로 차일피일 늦어져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당시 울산연구소장협의회장인 송원산업 연구소장이 기억난다. 송원산업은 현재 플라스틱 첨가제, 안정제로 세계 1위를 하는 히든 챔피언으로, 스위스와 북미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송원 연구소장은 스위스본부에서 REACH에 대응하는 담당을 소개해줬고, 보다 빨리 법규 관련 내용과 유일대리인 선정 등 대응 방법의 기초를 알려줬다. 또한, KTR이 REACH 관련 컨설팅사업을 시작하여 유일대리인으로 REACH 등록을 마쳤다.

네 번째 규제는, ‘K-REACH’라고 부르는 화학물질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에 관한 법률(화관법)으로, 한국에서 2015년 1월 1일 발효되고 4년의 유예기간을 거처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REACH의 한국판’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을 만들면 외국의 원본보다 더 세밀하고 깐깐하게 만든다. 이에 대응하려면, 중소기업은 정말 힘겹고 고통스럽다.

임 호 ㈜피유란 대표이사, 공학박사, 한국폴리우레탄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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