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傳說)과 사실(史實)
전설(傳說)과 사실(史實)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0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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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京都) 지장원(地藏院)이라는 사찰에 있는 오색팔중산춘(五色八重散椿)이 울산으로 전해져 언제부턴가 울산동백이라 불리고 있다.

울산동백은 해마다 차인들의 헌다제를 받는 귀한 몸이 됐다. 뿐 만 아니다. 지난해에는 울산동백보존회도 발족했다.

이 보존회는 지난해부터 울산동백 보존을 위해 가요제도 열고 있다.

모두 울산동백은 원래 울산에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淸正)가 일본으로 가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臣秀吉)에게 헌상했다는 울산기원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임진왜란 막바지에 울산에서 벌어졌던 도산성전투는 조선과 명나라 군사가 왜군을 공격한 대규모 전투였다. 아마도 이 전투는 임진왜란 7년 동안 왜군이 육지에서 치른 전투 가운데 가장 고전한 전투였을 것이다. 결국 왜군은 이 전투를 겪으며 전의(戰意)를 상실하고 패퇴(敗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두 차례의 대규모 전투가 치러진 울산 지역의 상처는 가볍지 않았다.

그런 울산에서 일본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는 동백이 울산에서 가져간 것이라는 소식은 반갑기도 하면서 애잔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얘기가 국내에 알려지자 울산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때마침 임진왜란 발발 400주년이던 1992년 울산시는 이 동백의 묘목을 지장원에서 얻어와 시청 정원에 심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울산동백은 “임란 때 왜군에 의해 약탈돼 적지에서 볼모로 잡혀 있었다”는 스토리텔링까지 덧붙여졌다. 국내에서는 400년 동안 그 존재조차 몰랐던 동백을 ‘볼모’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 ‘존재를 모르는 볼모’는 성립할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색팔중산춘 울산기원설의 사실(史實) 여부다. 오색팔중산춘의 품격을 더하기 위해 누군가 근거 없이 지어낸 전설(傳說)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명백한 역사적 사실(史實)인지는 고증을 해 봐야 할 것이다.

현재 울산 지역사회에서는 대체로 이 동백의 울산기원설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40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이 동백에 대한 울산사람들의 정서는 그렇다.

하지만 오색팔중산춘 울산기원설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누군가가 그럴듯하게 지어낸 이야기라면 그동안 울산사람들이 이 동백에 보였던 정성은 어이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다행히 울산시는 이 동백의 울산기원설에 대한 역사성을 고증하고 있다. 고증연구는 올해 출범한 울산역사연구소에서 하고 있다. 오는 12월이면 연구결과가 발표될 것이다.

고증이 때늦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정확한 고증을 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교토는 일본사람들이 정신적 수도로 여기는 곳이다. 최근에는 일본 문화청이 교토로 옮겨가기까지 했다.

그런 교토에서 지장원은 오색팔중산춘 때문에 당당히 명소로 꼽힌다. 오색팔중산춘을 소재로 창작된 미술작품과 문학작품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영화도 제작됐다.

그런 명품을 일본사람들이 울산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자랑하는 일은 울산사람들에게도 분명히 기분 좋은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이 사실일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근거 없이 꾸며낸 얘기라면 그냥 흘려듣고 말 일이다.

울산역사연구소의 연구결과가 기대된다.

강귀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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