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적금
건강 적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8.0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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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30여 분을 쉬지 않고 달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경사진 고갯마루를 오르니 몸속의 에너지를 다 소진한 듯 힘들었다. 온몸이 비라도 맞은 듯 땀에 흠뻑 젖었다. 이렇게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이 얼마 만이었던가.

그런데 한참을 가다 보니 자전거 바퀴가 헛돌아 하마터면 중심을 잃을 뻔했다. 가까스로 내려서 살펴보니 체인이 이탈한 게 아닌가. 새까만 기름으로 뒤덮인 체인을 어떻게 끼울까 잠시 고민하다가 간식 넣은 비닐 팩이 생각났다.

비닐 팩을 찢어 양손에 잡고는 겨우 끼울 수 있었다. 하지만 시커먼 기름이 손에 묻어 독한 냄새가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가방 속엔 하필 그 흔한 휴지도 없었다. 그때 쑥이 눈에 번쩍 띄었다. 그걸 뜯어 손에 쓱쓱 문지르니 쑥 향이 기름 냄새를 말끔히 없애주었다.

쇠평공원 내 팔각정에 앉아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들의 합창 소리가 마음속에 쌓인 찌꺼기까지 말끔히 헹궈주는 듯했다.

허기진 뱃속을 달래기 위해 삶은 계란과 옥수수를 꺼냈다. 자연의 품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주전 십 리 벚꽃 누리길을 달렸다. 연두, 초록 잎사귀들이 빽빽이 채워져서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주었다.

숨 막힐 것 같은 힘듦을 참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막을 올랐기에 내리막이란 선물을 받았다. 가슴속까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쾌감에 나도 모르게 야호! 하는 함성을 질렀다. 자전거 타기는 이렇게 순간 나이를 잊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렇게 잠깐 달리다 보면 주전 바다가 어서 오라고 두 팔 벌려 반겨준다. 폭염이 심한 날이라도 동해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면 해풍 덕분에 싸늘쩍한 날이 많다. 그건 아마도 이곳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당사마을을 지나 우가포와 정자 바다를 지나며 오래 기억하고 싶은 풍경을 마주하면 폰카메라에 담을 때도 있다. 귀한 사진을 얻게 된 날은 마음까지 충만해진다. 어떤 날은 양남 인근 지경마을까지 갔다 오는데, 운 좋은 날은 지경 바닷가에서 전복 등을 잡는 해녀를 만나 그녀들의 삶을 잠시 엿볼 수도 있었다.

온전히 나의 에너지로 굴러가는 자전거는 참 공평하고도 정직한 교통수단이다. 그 덕분에 얻는 만족감은 너무도 크다.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나는 체인 소리가 좋다. 어디든 마음 닿는 곳에서 잠시 머물렀다 갈 수 있지 않은가. 이것은 자동차를 탈 때 얻지 못하는 무한한 자유를 주인에게 선물로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구원할 세 가지는 시(詩), 도서관, 자전거”라고 오스트리아 사상가 이반 일리치는 말했다. 우리가 어릴 적에 가장 먼저 익히는 기계인 자전거는,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줄이며 교통 체증을 완화하고 사람들의 건강 증진에도 크게 기여한다. 이렇게 소중한 교통수단을 발명한 사람은 모든 이들로부터 감사의 박수를 받을 일이다.

평일엔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주말엔 남편과 함께 라이딩을 한다. 노후대책 항목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근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하니, 자전거 타기야말로 최고의 건강 적금을 넣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달려가니 공통 화젯거리가 자연스럽게 생겨 서로 공감을 많이 하게 된다. 또 운동과 데이트를 한 번에 하니 인생이 두 배로 즐거워지고, 부부 사이를 더 돈독히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 얼마나 가치 있는 운동인가. 나의 힘찬 몸짓으로 페달을 밟으며 건강 적금 넣을 날이 또 기다려진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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