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세’와 ‘어쩌라고’
‘말세’와 ‘어쩌라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7.31 2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라우메디병원은 지난 13일 병원 홈페이지에 “가임 연령대의 결혼관 변화와 저출산 문제, 응급 진료가 필수인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이직으로 인한 의료인력 수급 어려움으로 입원·내원 고객들에게 안전한 진료를 제공하기 어려워 부득이 휴업하기로 병원 이사회에서 의결됐다”는 안내문을 게시하며 휴업 소식을 알렸다.”(경상일보. 2023.7.18. -프라우메디병원 9월부터 환자 안 받는다)

울산의 대형 산부인과 병원인 프라우메디병원의 경영상 어려움뿐만 아니라, 한 병원을 통해 울산의 현실적 사회상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보도를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울산지역 인구의 자연감소가 8개월 연속 이어지는 가운데 탈울산 행렬 또한 91개월째 지속되면서 인구절벽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3년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울산지역 출생아 수는 428명으로 집계됐다.”(본보, 2023.7.27. -울산 인구 8개월째 자연감소… 탈울산 지속) 사망과 저출산 등 인구의 자연감소는 비단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도 같은 현상의 보도를 접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26일 일본 총무성이 주민기본대장을 토대로 올해 1월 1일 기준 인구를 조사한 결과 1억 2242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월 1일보다 80만 명(0.65%) 줄어든 수치다. 1968년 조사 개시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일본 인구는 2009년 1억 2천7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까지 14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감소 속도도 빨려졌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77만 2천 명으로 이 역시 조사 시작 이래 가장 적었다. 연간 출생아 수가 80만명에 못 미친 것은 처음이다.” (경향신문, 2023.7.27. -일본, 80만명 감소한 역대 최악의 ‘인구절벽’…외국인 유입으로 버텨)

이러한 가운데 신생아의 출산 기록은 있어도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되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더구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의 주검이 발견되는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침묵을 안겨줄 뿐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든다.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의 죽음-2023년 6월 21일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되었다. 출산 기록은 있는데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 사건의 시작이었다.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감사 도중 발견된 이 사건으로 2015년부터 2022년 사이 2천123명의 유령 아동 전수조사가 시작되었다. 조사 진행 중 속속 참혹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7월 19일 현재 사망이 확인된 아동이 249명이었다.

이 중 경찰 조사로 확인된 살해 사건이 34건이다. 어떤 아이는 제 부모 손에 야산에 산 채로 묻히고, 어떤 아이는 종량제 봉투 안에 묶였다. 어떤 아이는 에어컨 실외기 밑에서 발견됐다. 그나마 2천123명 중 베이비박스에 와서 시설이나 입양으로 보호 조치가 된 것으로 확인된 601명의 아이들은 차라리 다행이었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공적 보호 체계에 안전하게 편입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오마이뉴스, 2023.7.27. -부모에게 죽은 아기, 법조문 한 줄이 불러온 참사)

‘태어난 뭇 생물은 모두가 고귀하다’는 표현은 종교적이라 해도 한계가 있다. 시대와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시의적(時宜的) 사회교육이 그래서 필요하다. 우리나라 역시 젊은 세대는 육아보다 반려 동식물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이런 사회현상을 두고 그저 ‘말세’라고 하는 넋두리와 눈동자를 부라리며 ‘어쩌라고’ 하는 반문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1930년대 스웨덴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빈곤과 불평등에서 찾아 현재까지 계속해서 확대 발전시켜왔다고 전한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조류생태학 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