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장 무서운 세상
사람이 가장 무서운 세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7.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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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는 사람이 가장 무서운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어깨가 부딪혔다고, 눈길이 마주쳤다고, 식당 주인이 기분 나쁘게 했다고 욕하고 주먹을 휘두른다. 대상도 장소도 안 가리고 대낮에도 폭행에다 살인까지 하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지난 7월 21일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조선(33)이 저지른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으로 20대 남성이 숨지고 30대 3명이 크게 다쳤다. 17일 인천에서는 한 아파트 복도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출근하던 30대 여성을 숨지게 했다. 범인은 스토킹 혐의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5월 26일 부산에서는 정유정(23)이 과외를 받고 싶은 중학생이라 속이고 20대 여성 과외교사 집을 찾아가 대화 도중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하는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피의자들은 자존감이 낮고 감정조절이 잘 안 되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혀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대상이 누구든 폭력에다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동방예의지국’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언제 우리나라에 있었나 싶도록 안타까운 현상이다. 필자는 목사로서 이런 비극적인 사회현상의 원인이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있다고 보고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옛 어른들은 성공하기 전에, 부자가 되기 전에. 부모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돼라”고 강조하셨다. 이는 어떤 위치에 올라가는 것보다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잇따르는 사건들의 근본 원인은 인성교육이 잘 안돼 인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 위주의 성적 올리기 교육에 치우쳐 인성교육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맞벌이 부모들은 하나나 둘뿐인 자녀들이 너무 귀하다고 어릴 때부터 남의 손에 맡겨 키우다 보니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 심리가 생기기 쉽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려 할 뿐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떼를 쓰면 다 들어 주는 경향이 짙다. 결국 아이들은 기다릴 줄 모르고, 절제할 줄도 모르고, 예의도 없고, 남을 존중하거나 배려할 줄 모르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40~50년 전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했고 교육기관도 문화시설도 부족했던 시대라 교회가 어린이와 어른들의 신앙교육과 인성교육을 감당해 왔다. 교회는 부부간에, 부모와 자녀 형제간에, 이웃 간에, 학교에서 직장에서 지켜야 하는 윤리 도덕과 예의범절을 다 가르친다. 소년소녀 가장이나 결손가정의 자녀들, 마음에 상처가 있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교회에 와서 사랑받고 격려받으면서 용기와 자신감을 얻고 건강하게 성장하여 훌륭한 사회인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기독교 정신을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기독교 학교에도 자유와 인권을 앞세워 성경을 가르치고 예배드리는 것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기독교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안티 세력들은 교회가 사회악인 것처럼 인터넷 매체를 통해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작은 일도 침소봉대하여 가짜뉴스를 전파하면서 교회를 공격했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으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교회를 외면하고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느라 교회에 보내지 않으면서 인성교육의 공백이 생기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성적을 중요시할 뿐 인성교육은 중요시하지 않고, 가정에서도 인성교육을 제대로 못 해내는데도 자녀들이 인성교육을 받을 곳이 없는 것이 문제다.

우리나라 개화기 때 선교사들이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워 가르치고 치료하며 선한 영향을 미쳤듯 지금도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성교육의 장으로서 교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앙의 힘’은 사람의 인격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신뢰하며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를 위한 인성교육이 중요해진 때다. 교회는 인성교육을 하기 좋은 시설과 준비된 인력이 있다. 위탁교육을 맡겨도 인성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기관이 교회라고 생각한다. 자녀들을 교회로 보내 인성교육을 받게 하고 교회도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면 사람이 무섭지 않은, 살기 좋은 따뜻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빌립보서 2장 3-4절)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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