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임파서블:데드 레코닝 part1' 톰형의 행복  
'미션임파서블:데드 레코닝 part1' 톰형의 행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7.2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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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의 한 장면. 

톰 크루즈, 그러니까 배우로서 우리 톰형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그동안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드라마면 드라마, 스릴러면 스릴러, 심지어 SF(공상과학)면 SF까지, 잘생긴 마스크와 빼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의 시선과 마음을 한껏 사로잡았다. 

헌데 이중에서도 유독 액션물에서만큼은 톰형의 입지가 다른 배우들과는 남다른데 바로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고난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해낸다는 것. 그 시작은 액션배우로서 톰형을 대표하는 작품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중 2000년에 개봉했던 2번째 편.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깎아지르는 듯한 암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액션을 달랑 안전장치 하나만 걸친 채 직접 소화해낸다. 

이후의 시리즈에서 톰형은 수십 층 높이의 경사 45도 옥상에서 미끄러져 가까스로 난간에 매달리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163층)에서 벽면 등반하기, 시속 400km로 이륙하는 군용 비행기 바깥에서 두 손으로 매달리기, 수중에서 6분 30초 동안 숨을 참고 연기하기 등을 대역 없이 직접 해냈다. 물론 수많은 연습과 준비를 거쳐. 

해서 최근에 개봉한 시리즈 7편인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을 보면서, 특히 이번 편의 시그니처 액션인 까마득한 절벽에서 낙하산 달랑 메고 바이크 타고 뛰어내리는 장면에선 감탄 속에서도 '이 형은 대체 왜 이러고 살까?'라는 생각을 잠깐 하게 됐더랬다. 스토리야 어차피 이번에도 주인공이자 미국 정부의 비밀요원인 이든(톰형)이 인류를 위협하는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뻔한 이야기였으니 그 질문이 오히려 내겐 더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좀 더 깊이 생각해봤더니 은근슬쩍 해답이 보이더라. 

사실 많은 이들이 행복의 반대가 고통이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왜냐면 고통도 변하니까. 다시 말해 고통이 변해서 그것에서 점점 벗어나는 과정도 아직 고통 속이지만 행복이기 마련. 반대로 행복이 반드시 행복은 아닌 게 행복이 변하는 건 또 고통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금 너무 행복한데 그 행복이 영원하지 않으면 결국은 고통이 되어버린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지금 행복이 사라질까 불안해하는 것도 고통. 해서 누구든 제법 살아보면 행복과 고통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고통이 있어서 행복은 더욱 빛이 나고, 행복으로 인해 고통은 더욱 아프다. 사랑하다 헤어져 본 경험을 떠올려 보시길. 

따라서 행복의 반대는 고통이 아니라 어쩌면 '지루함'이나 '공허함'이 아닐는지. 한 몸인 행복과 고통이 빛과 어둠처럼 연동돼 움직일 때 아무 것도 없는 지루함과 공허함은 거기서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측점(반대)에 있지 않을까. 영화 <토르:러브 앤 썬더>에서 토르(크리스 햄스워스)도 말했지 않았나. "공허하게 사는 것 보다는 아픈 게 낫다"고. 무엇보다 대다수의 삶은 행복하지 않을 땐 고통보다는 지루하거나 공허할 때가 더 많다. 행복이 언제나 짧듯 고통도 그리 길진 않다. 대신 지루함이나 공허함은 길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위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해진다. 행복이란 것도 그저 기분이나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면 우리들 삶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지루함이나 공허함이 우울로 흐르는 걸 막고 기쁜 감정으로 바꾸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비법은 '죽음'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매 순간 죽음을 인식하면서 사는 거다. 가능한 수많은 사고와 죽을병 속에서 언제든 죽을 수 있는데도 아직 살아있음을 감사하라는 것. 이는 곧 내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한 만큼 어쩌면 '진정한 겸손'이지 않을까 싶다. 죽음이 곁에 있다고 생각할 때 지루하거나 공허할 틈 따윈 없다. 살아생전 잡스형(스티브 잡스)도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음은 신(神)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자, 그럼 이제 다시 톰형 이야기로 돌아와서 사실 톰형은 이번 생(生)에선 부족한 게 전혀 없다.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엄청난 부를 가졌고, 결혼도 이미 세 번이나 해봤다. 연애?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지금도 여자는 줄을 섰다. 부와 사랑이 주는 행복? 결핍이 없으니 이젠 그저 그렇지 않을까. 지루하거나 공허함 속에서 행복은 일종의 '자극'같은 것. 다 가진 만큼 언제부턴가 톰형의 가장 큰 고통은 지루함이나 공허함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어마어마한 부와 명성을 지닌 이 형이 좀 멋진 건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VIP들처럼 가진 것 없는 자들의 죽음, 그러니까 타인의 고통을 통해 상대적인 행복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마약을 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가끔 고난도의 스턴트를 통해 죽음과 직면하며 매 순간 살아있음을 감사하면서 자주자주 행복을 느끼는 건 아닐는지. 스스로는 "관객들을 위해서"라지만 자기 목숨을 걸고 관객들을 위할 배우는 세상에 없다. 그러니까 결국은 자기 행복이 아닐까.

이번 시리즈 7편에서 톰형은 절벽 시그니처 액션 장면부터 가장 먼저 찍었다고 한다. 혹여 죽을지도 모르니 영화의 완성을 위해 먼저 찍어버린 것. 눈물 난다, 진짜. 이 형은 왜 이렇게 멋지지? 이런 톰형은 벌써 11번이나 공식적으로 한국을 찾았을 정도로 한국사랑도 남다르다. 이번 방문에선 감독 및 다른 배우들과 함께 서울 강남 한 고깃집을 찾아 그 가게 다른 한국 손님들 계산까지 다 해주고 갔다고 한다. 해서 이 글의 마무리는 우리 톰형을 향해 한국 팬들이 가장 간절히 바라는 인사로

 

대신하고자 한다. "톰형, 제발 자연사하시길" 2023년 7월 12일. 러닝타임 163분.  

이상길 취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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